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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May 08. 2023

[D-238] 내 인생의 모티브

128번째 글

세상에 100%로 '오리지널'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을까? 정말 어떠한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은 창작물이 존재할까? 답은 아마 '아니'일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창작자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태어난 창작물들은 모두 어떤 다른 창작물의 영향을 받아 탄생할 수밖에 없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초한지>의 인물들에 스스로를 빗대고, 그들이 수백 년 전 사용했던 전략들을 모방한다. <초한지>의 인물들은 그 이전, 전국 시대 인물들을 인용하고 활용한다. <스타 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포스' 개념은 동양철학의 '기' 개념에서 따온 것이다. 영화 <듄>은 소설 <듄>을 원작으로 하고 있고, 이 소설은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아서 씌여졌고,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실존인물 T. E. 로렌스의 자서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은 그가 겪은 19세기 프랑스 사회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동물 버전 재해석이다. <장화 신은 고양이>는 <슈렉> 시리즈의 스핀오프이며, 동화를 모티브로 서부극 장르를 오마주하고 있다. <존 윅> 시리즈는 그동안 만들어진 액션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가 한가득 담겨 있다.


이렇듯 어떤 창작물도 완전히 독립적이지 못하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다른 것의 영향을 받아 태어난다. 나 또한 그렇다. 나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이고 내 인생은 내가 시초이지만, 나는 완전히 새로운 존재는 아니다. 나는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으며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다른 수많은 인생들을 오마주하고 있는 존재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모티브를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따 와서 만들어진, 그런 존재다.


그리고 내 가장 큰 모티브는 아마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부모님이지 않을까.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어버이날, 퇴근길,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돌아가면서, 문득 내 인생의 모티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

2023년 5월 8일,

덜컹이는 버스 안에서 음악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Pawel Czerwinski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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