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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May 10. 2023

[D-236] Yellow Submarine

130번째 글

며칠 전부터 비틀즈의 노래 'Yellow Submarine'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멜로디가 단순하고 부르기 쉬운 노래인 탓에, 머릿속에 이 노래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입으로 나오기까지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We all live in a yellow submarine, yellow submarine, yellow submarine…." 시도 때도 없이 이 노래의 후렴구를 흥얼거리다가 문득 이 노래의 가사가 무슨 뜻인지 궁금해졌다. 대체 우리가 살고 있다는 이 '노란 잠수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그래서 검색을 시작했다. 노래를 작곡, 작사한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이 혹시 노래의 의미에 대해서 인터뷰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검색을 시작한 지 10분도 안 되어 나는 이 노래가 아무런 의미도 갖고 있지 않다는 매카트니의 말과 마주쳤다. 노란 잠수함이 마약 성분의 알약을 상징한다느니, 전쟁에 대한 은유가 담겨 있다느니,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된 비틀즈의 삶을 의미하는 거라느니 하는 여러 추측들이 있었지만 비틀즈 측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입장은 없는 것 같았다. 매카트니는 단지 동요풍의 신나는 노래를 하나 쓰고 싶었고, 노란색의 잠수함에서 밴드가 연주하는 동안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뛰노는 분위기를 상상했다고 한다. 숨겨진 의미 같은 것 없다고.


그러니까 '노란 잠수함'은 정말로 '노란 잠수함'에 불과했던 거다. 노래 가사에는 딱히 서브텍스트가 담겨 있지 않았다. 의미를 찾으려고 한 것은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고,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해 낸 것도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었다. 때때로 이럴 때가 있다. 나는 아무 의미도 없이 한 행동이, 그저 사실을 적어냈을 뿐인 글이 보는 사람에 따라서 특정한 의미로 해석될 때가. 나도 내 나름대로 'Yellow Submarine'을 해석했었다. 나는 노란색 스쿨버스를 생각했다. 아이들이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오고 가면서 즐거운 유년기를 보내는 모습을 노란 잠수함에 빗댄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아마 이 노래를 듣는 모든 사람들이 'Yellow Submarine'에 대해서 자신만의 해석을 내놓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애쓰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의미와 실제로 작곡가가 담은 의미가 다르다고 해서 그 감상이 '틀린' 것은 아니다. 이 노래에 아무런 의미가 담겨 있지 않다고 해서 노래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즐거운 기분이 든다. 환호성을 지르는 것 같은 기쁨이 느껴진다. 그래서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 노래에 담긴 의미가 아니라 노래가 주는 분위기를 즐기는 거다. 물론 내가 느낀 분위기와 다른 사람이 느낀 분위기가 다를 수는 있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노래를 어떻게 듣고 있는지, 들으면서 어떤 기분이 드는지니까. 노래의 의미와 상관없이 그 부분만큼은 '진짜'이기 때문이다.



/

2023년 5월 10일,

버스에 앉아서 다양한 잡음들을 들으며.



*커버: Image by Oleg Laptev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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