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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May 13. 2023

[D-233] 마사지 모험

133번째 글

지금 나는 온몸이 어디랄 것도 전부 아파서 끙끙대면서 앓아누워 있다. 전신에 근육통이 찾아와서 조금만 움직여도 아프다. 걸을 때도 비척비척 절뚝이며 걸어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다. 


지금 이 상태가 된 것은 최근에 시작한 필라테스 때문도 아니고, 어딜 다쳐서 그런 것도 아니고, 무리해서 운동을 했거나 무거운 짐을 나르다가 이렇게 된 것도 아니다. 이건 모두 내가 오늘 받은 마사지 때문이다. 어제 나는 그동안 수고한 나 자신을 위해서 뭔가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마사지를 받으러 가기로 결정했다. 관리를 받고 케어를 받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인 것도 있었고,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서 모니터를 보면서 일하느라 굳은 어깨며 부은 다리를 풀어주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다. 원래는 발마사지만 받을까 하다가, 소개받은 마사지 샵에서 첫 방문 시 20% 할인을 해 준다는 말에 혹해서 전신 마사지로 예약을 했다.


전신 마사지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사실 예약할 때는 좀 망설여지기도 했다. 한 번도 안 해본 경험이기 때문이기도 했고, 누가 내 몸을 한 시간이 넘게 만진다는 것에 약간 거부감이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또 나는 간지럼을 잘 타는 편이라서 마사지를 받다가 겨드랑이나 옆구리를 만지기만 해도 자지러지면 어쩌나 걱정도 됐었다. 비싼 돈을 들여서 받는 마사지인데 그다지 효과가 없으면 어떡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걱정은 모두 내가 마사지를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드는 걱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한번 모험을 해 보기로 했다. 일단 마사지를 받아 봐야 내가 마사지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알아낼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모험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지금 이렇게 아파서 누워 있으니까. 마사지가 내 체질에 안 맞는다는 사실을 오늘 아주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서 깨달았다. 마사지사 선생님이 시작할 때 몸이 많이 뭉쳐 있어서 좀 아플 거라고 미리 경고를 해 주시기는 했지만 마사지를 받는 90분 동안 정말로 많이 아팠다. 마사지가 원래 그런 거지만, 낯선 손에 내 몸을 맡기는 것 자체도 약간 불편했다. 어쩌면 내가 너무 긴장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긴장해서 몸에 힘이 들어가 있던 탓에 뭉친 근육이 풀리기는커녕 통증만 심해진 것일 수도 있고. 아무튼 오늘 확실히 알게 된 것은 마사지를 내가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지금 돈을 내고 누군가에게 얻어맞고 온 것 같은 서글픈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모험은 실패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해 봤다는 점, 그리고 나에 대해서 한 가지를 더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가치 있는 모험이었다. 지금 온몸이 아파서 드러누워 있지만 시도해 볼 가치가 있었다. 적어도 나는 마사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은 미지에 대한 두려움과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직접 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고통스럽지만,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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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13일,

침대에 엎드려서 입에서 절로 튀어나오는 앓는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Steve Buissinn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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