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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May 14. 2023

[D-232] 완벽해지고 싶다는 것의 의미

134번째 글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의 결점을 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내가 어떤 약점을 갖고 있는지 파악해야만 그 약점을 보완하거나, 약점을 파고드는 공격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결점은 정체성의 확립에도 중요하다. 내 결점도 내 정체성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내 결점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무엇이 나를 완벽하지 않은 사람으로 만드는지, 그 부족한 부분을 알아야 한다.


아는 것의 다음 단계는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결점이 있다는 사실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 결점도 나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 이런 인정 단계를 거쳐야만 결점을 어떤 방식으로든 다뤄 볼 수가 있다. 그 다음으로는 결점과 함께 살아가는 단계가 뒤따른다. 고치려고 노력하든, 장점으로 승화시키든, 고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든, 여러 가지 방법이 뒤섞인 방식으로 스스로의 결점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단계이다.


이 결점을 대하는 3단계, 앎-인정-함께하기의 3단계를 거치기 위해서는 꼭 해야 하는 일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완벽해지고자 하는 욕망을 버리는 것이다. 완벽해지려고 하다 보면 자기혐오가 찾아오고, 열등감에 시달리게 되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학대하게 되기 마련이다. 누구나 완벽해지려는 욕망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제각각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이 욕망은 결코 채워질 수 없다. 우리가 원하는 완벽에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아마 더 심한 갈증을 느끼고 더 괴로워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반대로 완벽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는 일이 이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정하고, 그 불완전한 나와 함께 삐걱거리고 비틀거리며 살아가는 일이 말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에서 빌런으로 등장하는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불완전하고 결함투성이인 생명체들을 '완벽'하게 만들겠다는 소명을 가지고 있다. 이 비뚤어진 신념에 따라서 그는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하고, 창조해 낸 생명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무자비하게 학살하며, 스스로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다. 이런 하이 에볼루셔너리에게 실험이라는 이유로 잔혹한 학대를 당한 로켓은 "나는 세상을 완벽하게 만들려고 했을 뿐"이라고 변명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완벽하게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냥 지금이 싫었던 거겠지."


영화에서는 비윤리적인 동물 실험이나 우생학적인 사상에 대한 비판으로서 등장한 대사지만,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적용해 볼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때로 완벽주의는 자기혐오와 결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기대한 만큼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에 실망해서 자기 자신을 비난하고 혐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에게 가혹해지고, 스스로를 좀먹게 된다. 누구나 완벽해지고자 하는 욕망은 있다. 하지만 그 욕망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지금의 나를 싫어하기 때문에 완벽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결점을 극복하려 건강한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스스로를 학대하고 벌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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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14일,

식탁에 앉아서 거실에서 들리는 TV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GLady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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