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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May 12. 2023

[D-234] 잠을 잘 자고 일어나면

132번째 글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잠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100%의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오늘 하루 종일 이 생각을 했다. 잠만 잘 자도 하루가 좀 견딜 만해진다. 잠만 잘 자도 덜 불행하고 더 기운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어제 내가 잠을 잘 잤기 때문이다. 어제 나는 오랜만에 아주 푹 자고 일어났다. 지난 며칠 동안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서 내내 피곤하고 힘들었었는데, 어제는 웬일인지 꿈도 꾸지 않고 8시간을 내리 자고 일어났다. 자리에 눕자마자 그대로 잠에 들었고, 뒤척이지도 않았고, 새벽에 잠깐 깨는 일도 없었다. 정말로 오랜만에 아침에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났다.


그래서일까? 알람 소리를 듣고 놀라면서 잠에서 깼는데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날 때도 개운했다. 아침 일찍 헬스장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몸에 활기가 넘치는 기분이었다. 뭔가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평소라면 밥을 먹고 유튜브나 좀 보면서 쉬었을 점심시간에도 밖으로 나가서 산책을 했다. 약간 땀을 흘리자 기분도 좋아졌다. 그렇게 30~40분 정도 걷고, 카페에 들러서 아이스 커피로 텀블러를 채우고, 점심으로 먹을 만두를 포장해서 집에 돌아왔다. 만두는 따끈하고 커피는 시원하고 나는 즐거웠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재택근무를 했는데, 평소라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잠깐 일어나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거나 커피를 따라 마셔야 했을 시간에도 멀쩡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자신감도 솟아났다. 회의에서 의견을 말할 때도 조금 더 자신 있게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여러모로 오늘은 일할 기운이 있었다. 어렵고 복잡한 프로젝트를 맡아서 최근에 힘든 업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도, 오늘은 좀 견딜 만했다. 잠을 잘 자서 기운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깨어 있는 시간을 버틸 수 있는 기운 말이다.


나를 돌보는 측면에서도 잠을 잘 자고 일어난 것은 중요하게 작용했다. 숙면으로 인해 생겨난 기운이 나 자신을 돌볼 수 있는 힘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일주일을 고되게 보내는 동안 나는 글을 쓰는 것 말고는 나를 위해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틈이 없었다. 그럴 기력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나 자신이 행복한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의 감정을 잠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 결과 이번 주말에는 나를 돌보기 위한 개인적인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내일 발 마사지를 받으러 가기로 결정하고 예약까지 마쳤다. 그동안 한번 마사지를 받으러 가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귀찮은 마음에 계속 미루고만 있었는데, 오늘은 미루던 일을 끝낼 기운이 생겼기 때문에 드디어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숙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스레 깨달은 하루였다. 잠을 잘 자는 것은 정말로 삶의 질을 높여 준다. 신체적, 정신적, 직업적으로 모두. 비록 나는 평상시 수면의 질이 그다지 좋지 못한 체질을 타고났지만, 이렇게 잠을 잘 자고 일어나는 날이 하루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밤도 일찍 잠자리에 들 예정인데 오늘 같은 기운찬 날이 내일도 계속되기를 한번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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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12일,

침대에 엎드려서 유튜브로 노래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Paulina K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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