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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May 26. 2023

[D-220] 관성적 글쓰기

146번째 글

나는 매일 한 편씩 짧은 에세이를 쓰는 연간 챌린지를 하는 중이다. 내가 나를 위해 시간을 들이기 위해서, 나 자신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서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챌린지를 시작한 지 146번째가 되는 날이다. 나는 146일 전부터 매일 한 편씩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에세이를 쓰고 있다.


그런데 요즘 자꾸 불안감이 찾아온다. 아침에 글을 썼어도 저녁이 되면 불안하다. 어제 글을 썼어도 오늘 아침이 되면 불안하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내가 글을 썼는지 안 썼는지를 자꾸 까먹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분명 아침에 글을 잘 써서 올려놨는데, 저녁 시간이 되면 '내가 오늘 글을 썼던가?' 하는 생각에 불안해져서 괜히 한번 더 확인해 보는 일이 많아졌다. 아침에도 그렇다. "내가 어제 글을 썼던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 또 확인을 해보게 된다.


내가 글을 썼는지 안 썼는지 긴가민가한 이유는 아마 매일 글쓰기가 습관이 되어서 그런 것 같다. 매일 글을 쓰는 행동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으로 자리 잡아서, 내가 그 행동을 했는지가 기억이 잘 안 나는 거다. 어떤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66일이 걸린다는데, 나는 오늘이 146일째니까 습관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관성적으로 글을 쓰는 이 상태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쁜 일도 아니고, 글 쓰는 습관 정도는 갖고 있어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다. 이러다가 내가 당연히 글을 쓴 줄 알고 안 쓰고 넘어가는 날이 생길까 봐 걱정된다. 내가 이 챌린지를 만약 실패하게 된다면, 이런 이유 때문일 것 같다. 하기 싫어서, 글감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서, 싫증이 나서, 시간이 없어서, 까먹어서 그날의 에세이를 안 쓰게 되는 게 아니라, 내가 이미 쓴 줄 착각했기 때문에 글을 안 쓰게 되지 않을까. 너무나도 당연하게 내가 이미 글을 썼다고 믿고 아무 생각 없이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음날 '아차!' 하게 되는 식으로. 그런 식으로 실패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되지 않도록 좀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부쩍 글을 썼는지 기억도 잘 안 나고 불안해서, 이 부분을 좀 해결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매일 저녁 시간에 알람을 맞춰 두고 내가 글을 썼는지를 한번 확인하는 간단한 방식을 일단 시도해 보아야겠다. 글을 아직 안 썼다면 쓰면 되고, 이미 썼다면 안심하고 넘어가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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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26일,

버스에 앉아서 유튜브로 음악을 들으.



*커버: Image by Eric Rothermel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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