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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May 29. 2023

[D-217] 주변을 두리번거려야 할 때

149번째 글

요즘 사람들을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것을 한 가지만 꼽자면 '비교'가 아닌가 싶다. 나와 내 주변을 비교하면서 열등감을 느끼고, 뒤처지고 있다는 강박과 결코 따라잡을 수 없으리라는 우울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로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을 아주 쉽게 접해볼 수 있게 되면서 이 비교로 인한 불행이 더 심해진 것 같다. 내 삶을 자랑하고 전시하는 것, 다른 사람이 전시한 삶을 구경하는 것이 일상의 일부로 파고들면서 내 주변의 범위가 아주 넓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비교하고 쉽게 좌절하며 쉽게 무기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나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곤 한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비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야 만다. 나보다 '잘났다'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을 보면서는 열등감을 품고, 우울과 자괴감에 잠겨든다. 또 나보다 '못났다'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을 보면서는 우월감을 갖고 깔보며 오만해지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비교하는 나 자신이 역겨워서 두 배로 괴로워진다.


우리의 삶은 모두 제각각으로 다르고, 어떤 삶도 더 '잘났거나' '못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오직 예전의 내 모습과 지금의 나를 비교하는 것만이, 내가 예전에 비해 더 나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평소에 비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나는 적당히 속물적인 사람이고 적당히 오만하고 적당히 자존감이 낮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내가 평소에 열등감이나 우월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비교의 불행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내 주변을 두리번거려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비교가 아니라 연대와 협동을 위해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봐야 한다. 혹시 저 사람이 곤란한 상황이라 내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닐지, 내가 저 사람에게 혹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지, 저 사람과 내가 함께 뭔가를 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지는 않을지, 이런 것들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만 주변을 두리번거려야 한다. 비교는 나 자신과, 두리번거리는 것은 연대를 위해. 내가 자꾸만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며 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이 문장을 떠올려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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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29일,

소파에 앉아서 TV에 나오는 광고 소리를 들으.



*커버: Image by Patrick Fore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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