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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May 30. 2023

[D-216] 최악의 컨디션을 버티는 방법

150번째 글

요즘 날씨가 부쩍 덥고 습해졌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들기 전인데도 더위와 습기가 존재감을 뽐낸다. 여름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날씨가 말해 주는 것만 같다. 지난 며칠간은 계속 비가 왔어서 더 습하다. 이렇게 공기가 무거운 날에는 컨디션이 나빠진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쉽게 지치고, 작은 일에도 짜증이 쉽게 난다. 나는 더위를 상대적으로 안 타는 편이지만, 그래도 더위의 영향력은 내게도 상당하다. 이 습하고 눅눅한 공기는 내 컨디션을 바닥으로 떨어트린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컨디션이 최악이다. 단순히 날씨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 나는 어제 잠을 설쳤다. 친구가 퇴사 이메일 내용을 첨삭해 줄 수 있겠냐고 부탁해서, 어젯밤에 새벽 1시가 넘도록 이메일을 고치고 새로 썼다. 그래서 거의 2시가 다 되어서야 잠에 들었다. 아침에는 6시도 되기 전에 화들짝 잠에서 깼다. 그래서 지금 아주 피곤하다. 또 지난 주말 동안 운동을 조금 무리해서 했는지, 심한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다. 누군가 내 엉덩이와 허벅지, 복부를 쥐어짜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여러모로 지금 나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컨디션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오늘이 그냥 평범한 날이었다면, 컨디션을 고려해서 조금 쉬엄쉬엄 일하거나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아주 바쁜 날이다. 회의가 끊임없이 있고, 논의해서 정해야 하는 일도 많고, 써야 하는 이메일과 정리해야 하는 문서들도 많다. 내일 휴가를 쓰려고 계획 중이기 때문에 오늘 더 많은 일들을 해내야만 한다. 그러니까 오늘은 잔뜩 쌓여 있는 할 일들을 최악의 컨디션으로 모두 해내야 하는 날이다.


이런 날에는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계획에 대해서 너무 깊이 고민하지 말고 그냥 바로 일에 몰두해야 한다. 평소라면 어떻게 할지를 고민해서 효율적으로 일을 마치는 법을 생각해 냈겠지만, 오늘의 컨디션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힘겨운 일이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업무 효율이 낮기 때문에 오히려 너무 많이 생각하다 보면 다른 길로 빠질 수가 있다.


게다가 일을 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그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고, 어떤 식으로 일을 해야 할지 계획이 자연스럽게 세워진다. 하지만 이런 컨디션으로 계획부터 세우려고 하면 일을 시작하기까지 더 오래 걸리게 된다. 그래서 그냥 내 앞에 주어진 일에 고개를 파묻고 하나씩 끝내는 것이 훨씬 낫다. 수학 문제를 1번부터 차례차례 풀듯이 말이다.


나는 최악의 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하는 그 일에 집중하기. 일단 시작하기. 오늘을 나는 그렇게 보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일을 모두 끝내고 퇴근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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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30일,

버스에 앉아서 오늘 해야 하는 일들을 되새겨보.



*커버: Image by Landon Parenteau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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