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 Jun 05. 2023

[D-210] 내일이 오지 않아도 오늘을 잘 사는 법

156번째 글

월요일 아침은 보통 피곤하고 힘겹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다. 이번 주는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 우선 내일이 현충일이라 쉬는 날이라서, 오늘 하루만 일하면 내일은 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번 주는 팀 워크샵을 가는 날이다. 목요일과 금요일에 1박 2일로 다녀올 예정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번 주는 월요일과 수요일만 일하면 된다. 오늘만 일하면 내일은 놀 수 있고, 수요일 하루만 더 일하면 다음 주 월요일까지 쭉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워크샵 날짜가 정해진 이후로 나는 이것만을 바라보면서 살아왔다. 이렇게 한 주를 쉬엄쉬엄 보낼 생각을 하니 일이 고되어도 견딜 수 있었다.


워크샵 날이 되기만을 바라보고 기다리면서 보낸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무언가 바라볼 것이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 바라보고 살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힘든 오늘을 버틸 수 있고, 오늘과 비슷하게 흘러갈 내일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워크샵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나는 묘한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이 워크샵이 지나가 버리고 나면 과연 무엇을 바라보면서 바쁜 하루를 견뎌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다. 그렇게나 바라던 워크샵이 캘린더에서 사라지면 더 이상은 바라보며 살 것이 없어져서 무기력해질까 봐 걱정이 되었다. 물론, 워크샵 다음에도 이런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10월 말에 유럽 여행을 한번 가려고 마음먹고 있다. 그래서 6월의 워크샵이 지나가면 10월의 여행을 바라보고 살면 되긴 한다. 그래서 약간 안도감을 가지려는 순간, 또 이런 의문이 찾아들었다. '그 다음은? 그 다음은 어떻게 하지?' 유럽 여행도 끝나 버리면 나는 또 바라보고 살아갈 만한 것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견디기 위해서는 이렇게 먼 곳을 바라보는 일을 무한히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문득 이렇게 특정 날짜, 특정 이벤트, 특정 목표만을 바라보며 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지나가 버릴 무언가만을 간절히 기다리면서 살아가다 보면, 막상 그게 지나가버리고 나면 허무와 허탈함에 잠기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가 기대한 만큼 그 이벤트가 즐겁지가 않으면 실망하게 되고, 그 이벤트가 취소되거나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 절망하고 좌절하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워크샵이나 휴가나 여행을 바라보고 손꼽아 기다리면서 살면 안 될 것 같다. 아예 없는 것보다는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이것만으로는 평생을 견뎌 내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렇게 미래를 바라보지 말고, 지금 이 순간, 현재를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겠다. 언젠가 다가올 거대한 이벤트를 기다리면서 살아가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의 일상 속에서 기쁨을 찾는 법을 배우고 싶다. 그냥 오늘을 잘 살아가는 방법 말이다. 당장 내일이 오지 않아도 오늘을 그럭저럭 괜찮게 살아내는 법을, 다시는 눈을 뜰 수 없다 해도 행복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는 법을, 미련 없이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법을 배워야겠다. 그래야 조금 더 충만하고 조금 덜 불안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

2023년 6월 5일,

버스에 앉아서 버스가 굴러가는 소리를 들으.



*커버: Image by Louis Paulin from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D-211] 충격받는다는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