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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Jun 07. 2023

[D-208] 다 괜찮아질 거라는 거짓말

158번째 글

힘들고 피곤한 날에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내 삶과 이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날에는, 갑작스레 멍한 기분이 들고 깊은 한숨을 내쉬게 되는 날에는, 지금 나를 짓누르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언젠가는 전부 사라지리라고 믿고 싶다. '다 괜찮아질 거야.' 이 말을 내게 속삭이고 싶다. 다 괜찮아질 거라고 믿고 싶다. 지금 나를 괴롭히는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사라질 거라고 믿고 싶다. 나는 그냥 지금 가장 힘든 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 뿐, 이 시간 이후로는 모든 것들이 다 잘 풀릴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다 괜찮아질 거야. 그 말은 거짓말이다. 어떤 것들은 영영 괜찮아지지 않는다. 어떤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다. 어떤 것들은 여전히 나를 괴롭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고,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킨다. 어떤 것들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심하게 나를 괴롭힐지 모르고, 어떤 것들은 예상치 못하게 내 삶을 파고들어 나를 찌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이 거짓말이라고 해서 이 말의 모든 부분이 다 거짓이라는 뜻은 아니다. 또 어떤 것들은 괜찮아지지 않을 테니 절망과 좌절에 빠진 채로 모든 걸 포기해 버리라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무력함과 회의에 빠져서 인생에 괴로움을 더하라는 뜻도 아니고, 이제 노력하기를 그만두라는 뜻도 아니다. 이 말의 일부분은 진실이다. 그 진실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테면 '어떤 것들은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은 진실이다. 지금 나를 괴롭히는 문제들 중 몇 가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사라지거나 약해질 것이다. 나를 가장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들이 어느 순간 사라질 수도 있다. 내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사소한 고통들이 훨씬 나아질 수도 있다.


또 '더 괜찮아질 거야.'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인생이 '더 괜찮은 방향으로' 흘러갈 거라고, 나는 그렇게 믿는다. 어떤 문제는 심해지고 어떤 문제는 지금과 그대로이고 어떤 문제는 지금보다 나아지고 어떤 문제는 새로 생기겠지만, 이 문제들의 총량을 따져 봤을 때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이다. 적어도 내가 문제에 대처하고 나 자신을 추스르는 법은 더 잘 알게 될 테니, 적어도 내가 익숙하게 견뎌낼 수는 있을 테니, 앞으로는 더 괜찮아질 거다.


그래서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어떤 것들을 괜찮게 만들고 더 괜찮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더 괜찮아질 거라고 믿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면 그 '괜찮음'이 자연스레 다가올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괜찮아질 거라는 믿음은 내가 일어나서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냥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어느 순간 마법처럼 전부 괜찮아질 테니, 내내 무기력하고 내내 수동적으로 지내라는 뜻이 아니라.


어떤 것들은 괜찮아질 거야. 지금보다는 더 괜찮아질 수 있을 거야. 나는 그렇게 믿으려 하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오늘도 노력해보려 한다.



/

2023년 6월 7일,

버스에 앉아서 창 밖 소음들을 들으.



*커버: Image by Ilham Rahmansyah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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