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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Jun 27. 2023

[D-188] 나 자신을 설득하는 일

178번째 글

얼마 전, 회사 워크샵에서 팀원들과 함께 갤럽 강점 검사를 했다. 내 1순위 강점은 '지적 사고'였다. 내가 지적으로 사고하는 스타일이라거나, 내가 잘하는 것이 지적 사고라는 뜻이 아니다. 갤럼 강점 검사에서 말하는 '강점(Strength)'이란 나의 성향을 의미한다고 한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지, 어떤 경우에 내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 그래서 '지적 사고'가 강점이라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성향을 갖고 있으며, 나 자신과의 질의응답과 대화를 통해 정답을 찾아가려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는 업무를 할 때도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납득했을 때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워크샵에서 이 설명을 들었을 때, 크게 공감이 되었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할 때 그 일에 대해서 내가 이해하고 납득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단순히 업무뿐만 아니라 일상 전반에서 그렇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는 스스로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 그 일을 할 때 능률이 좋지도 않고, 그 일을 하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나는 늘 나 자신을 설득해야만 한다. 평생 동안 늘 나와 대화하고 나를 설득하며 살아온 것이다.


내가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하는 이유도 아마 내가 이런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결정을 내리기까지 나 자신을 설득하는 데에 시간과 정신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세히 세우는 것도 아마 비슷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계획을 세우는 일은 나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서 발표자료를 만드는 과정인 거다. 또 누군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일을 할 때 유독 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도 내 성향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로 일을 하려니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지적 사고'라는 나의 강점은 좋은 쪽으로 발휘되기도 하지만, 나쁜 쪽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우선, 너무 생각이 많고 모든 것을 다 이해하려고 하는 성향은 나를 우유부단하게 만든다. 좋게 보면 신중한 거고 나쁘게 보면 결단력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고민만 하다가 기회를 놓치거나, 다른 사람들을 답답하게 만들 수도 있다. 또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너무 내 생각 속에만 매몰되거나, 자기 성찰이 과해서 후회와 자괴감에 빠지거나, 걱정이 지나치게 많아질 수 있다는 것도 조심해야만 한다. 


내 강점을 강화하고 내 강점으로 인해 생기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한 방향은 보다 효율적으로 나 자신을 설득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설득하는 데에 시간과 정신력을 너무 많이 잡아먹히지 않을 수 있도록. 또 다른 방향은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생각이 너무 깊어지기 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면서 초점을 돌려 보기도 하고, 가끔은 마음 가는 대로 단호하게 결정을 내려도 보고, 나의 영원한 말상대인 나 자신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알아 가면서. 이렇게 양쪽으로 보강해 나가다 보면 어느 정도는 내 약점 구덩이를 메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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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27일,
책상에 앉아서 창 밖 자동차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Daria Nepriakhina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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