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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Jun 26. 2023

[D-189] 내게 벌을 주지 말자

177번째 글

나는 대부분의 하루를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운동을 거르는 날도 있고 저녁 시간에 집을 나설 때도 있지만, 대체로 일어나자마자 헬스장에 가는 편이다. 건강해져야겠다고 결심한 날 이후로는 꾸준히 헬스장으로  찾고 있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운동을 격렬하게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지난주의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지난주에는 운동을 거른 날도 있고, 고칼로리 음식을 과식한 날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주에는 평소에는 거의 마시지 않는 술을 조금 마시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운동을 열심히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지난주에 나태했던 만큼, 지난주에 무절제했던 만큼, 이번주에는 두 배로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격렬한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 마음가짐이 건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만회하기 위한 운동'을 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이건 나 자신을 벌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나를 혼내기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태도가 아니다. 어제 기름진 음식을 먹고 술을 마셨으니까 오늘은 두 배로 운동을 해야지, 어제 헬스장을 못 갔으니까 오늘은 30분 더 운동해야지, 이런 생각으로 벌을 주듯 운동을 하면 금방 지치기도 하거니와 운동이 주는 정신적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게 된다. 내가 건강해지기 위해서 하는 운동인데 그게 의무가 되고 짐이 되고 벌이 되면 하기 싫은 마음만 더 자라날 뿐이다.


게다가 이렇게 잘못을 만회하는 방식, 지난주의 나에게 벌을 주는 방식으로 운동을 하게 되면, 오히려 잘못을 더 많이 저지르게 된다. 빠져나갈 구실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일 더 많이 운동하면 되니까 오늘 하루는 운동을 빼먹어도 되겠지, 다음 주에 두 배로 운동하면 되니까 지금 과식, 과음을 해도 되겠지, 이런 식으로 핑계가 되어 버리는 거다. 그렇게 불규칙하게 운동을 하면 다칠 수도 있고, 운동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이런 만회의 마음가짐은 결과적으로 건강에 좋은 사고방식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마음가짐이 필요할 때는 이미 저지르고 난 이후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할 때뿐이 아닐까 싶다. '지난주에 바빠서 운동을 많이 빼먹었는데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초조해지고 나 자신에게 짜증이 날 때, '이번 주에 더 열심히 하려고 그랬나 보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다. '어제 과식을 했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라며 후회와 자책에 빠져들 때, '오늘 더 열심히 운동을 하면 되는 거지!'라고 생각하고 헬스장으로 발길을 옮기면 내 마음속의 어둠을 떨쳐낼 수 있다. 이건 벌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괜찮다고 다독이는 방식이다. 언뜻 보기엔 비슷한 것 같지만 이 두 방식은 전혀 다르다.


오늘은 운동을 통해서 내게 벌을 주었다. 내일의 운동은 벌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행복이기를, 그런 마음가짐으로 운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
2023년 6월 26일,
침대에 엎드려서 유튜브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Kelly Sikkema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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