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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Jul 04. 2023

[D-181] 열정 아껴 쓰기

185번째 글

사람이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양에 한계가 있고,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의 양에 한계가 있는 것처럼, 하루에 쓸 수 있는 열정의 양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열정은 무한히 공급되지 않고 쉽게 충전되지 않는다. 한 가지 일에 뜨겁게 열정을 쏟으면 다른 두 가지 일은 약간 미지근한 열정을 갖고 할 수밖에 없다. 모든 일을 전부 같은 온도의 열정으로 진행할 수는 없다. 그리고 한번 열정을 쏟고 나면, 다시 그만큼의 열정으로 무언가를 하기까지 일정한 시간과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때로는 열정을 아껴 두어야 한다. 그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일에 똑같은 열정을 쏟을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어떤 일은 조금 덜 열정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정말 필요한 일에 필요한 만큼의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다는 것을. 열정을 잠시 킵해둘 필요도 있다는 것을.


물론 모든 일을 똑같은 열정으로 해낼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을 것이다. 늘 뜨겁게, 늘 열정적으로, 늘 100%를 다 쏟아부을 수 있다면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내 열정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내가 태울 수 있는 연료는 정해져 있다. 그 연료를 다 써 버리고 나면 나 자신을 태워야 하는데, 나는 그렇게 해서 화상을 입고 싶지는 않다. 나를 장작으로 써 가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내가 쓸 수 있는 만큼의 열정만을 쏟아붓고 싶다. 열심히 살고 싶지만, 나를 지치게 만들지 않는 선에서 열심히 살고 싶다.


적당한 열정을 적당한 곳에 쏟기 위해서는 적당한 포기가 필요하다. 모든 것에 열과 성을 다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충분히 뜨겁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려서는 안 된다. 이렇게 미지근하지 않았다면 번아웃이 와서 다 타 버렸을 거라는 자각과 위로도 필요하고. 어떤 일에는 100°C의 열정을 쏟고, 어떤 일에는 50°C의 열정을 쏟을 줄 알아야 한다. 늘 100°C를 유지하다 보면 물이 너무 빨리 증발해 버리고 마니까.


그리고 이렇게 선별적으로 열정을 쏟기 위해서는 어디에 열정을 쏟을지 판가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일이 내가 100°C로 해야 하는 일인지 아니면 50°C로 해도 괜찮은 일인지를 구분하는 지혜 말이다. 이런 지혜를 갖고, 적당히 내려놓은 편안한 마음을 갖고, 나 자신의 안녕을 위해 잠시 킵해둔 열정을 품고, 그렇게 살아가려 한다. 대략 30°C에서 100°C 사이의 온도를 왔다 갔다 하며.



/
2023년 7월 4일,
소파에 앉아서 피곤한 눈가를 문지르며.



*커버: Image by Maarten van den Heuvel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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