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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Jul 03. 2023

[D-182] '나'라는 1인 기업 운영하기

184번째 글

나는 내가 운영하는 1인 기업이다. 때때로 이런 생각을 한다. 만사가 귀찮고 몸이 축축 늘어져서 기운이 없을 때, 일상을 평소처럼 살아갈 원동력이 부족할 때, 이런 생각을 하면 도움이 된다. 나 자신을 회사에 빗대어 생각하면 내가 지금 뭘 해야 하는지나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비록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나'라는 회사의 사장이 되었다. 회사 사장으로서 나는 이 회사가 잘 굴러가도록 만들 책임이 있다. 수익을 많이 내서 사원들 월급과 인센티브도 넉넉히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을 멈출 수 없고, 멈춰서도 안 된다. 내가 나 자신을 신경 쓰는 일을 멈춰 버리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해 쫄쫄 굶게 되니까. 물론 사장인 나도 휴가와 휴식이 필요하지만, 그냥 좀 피곤하다는 이유로 내 회사를, 나 자신을 내팽개칠 수는 없다.


또 내 결정과 내 행동과 내 언사에 회사의 이미지며 평판이 모두 달려 있으므로, 늘 태도를 조심해야 한다. 내가 잘못하면 회사가 욕을 먹고, 주가가 떨어지고, 적자가 나고, 내 수익은 물론 사원들에게 줄 수 있는 인센티브도 줄어드니까. 그래서 기분 내키는 대로 아무렇게나 행동하면 안 된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무례하고 몰상식한 짓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 행동들이 내 영업 이익에 바로 타격을 입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회사를 굴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내 일이다. 이 회사를 발전시키기 위해 나는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 지금 회사가 갖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그 문제는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이 회사의 미래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어떤 방향으로, 어떤 비전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가? 나는 이 회사의 사장으로서 이런 고민들을 끊임없이 해야만 한다.  


또 회사의 운영은 늘 투명해야 한다. 사원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싶지 않다면, 그리고 회계 비리나 무언가 다른 비밀들로 인해서 나중에 큰코다치고 싶지 않다면, 회사는 거짓 없이 투명하게 운영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나 자신에게만은 아주 솔직해야 한다. 내가 나 자신을 속여서는 안 된다. 문제를 그냥 덮어 버려서도 안 되고 모르는 척을 해서도 안 되는 거다. 사장의 태도가 언제나 솔직해야만, 즉 내가 나 자신에게 솔직해야만,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가 있다.


달콤한 주말이 끝나고 어쩐지 평소보다 더 피곤한 것 같은 월요일, 무더운 태양과 후덥지근한 공기가 몸을 축 늘어지게 만드는 여름, 더 자고 싶고 눕고 싶은 기운 없는 아침에도, 나는 일찍 일어나 출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날 계획을 세우고 오늘 점심 메뉴를 생각하고 글을 쓴다. 나는 '나'라는 1인 기업을 제대로 잘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2023년 7월 3일,
버스에 앉아서 무언가 달칵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Floriane Vita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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