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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Mar 22. 2022

뮤지컬 <루미>의 작곡가, 나딤 나만이 말하는 루미

작년 11월,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는 <루미(Rumi: The Musical)>라는 신작 뮤지컬이 콘서트 버전으로 첫 선을 보였습니다. 나딤 나만과 다나 알 파르단이 만든 뮤지컬 <루미>는 13세기 페르시아의 유명한 시인 루미를 다룬 작품입니다. 루미는 "루미가 중동의 셰익스피어인 것이 아니라, 셰익스피어가 서양의 루미인 것이다"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존경받고 높게 평가받는 시인이자 철학자이자 종교적인 성인인데요. 중동 지역 출신이라면 누구나 최소한 루미의 시 한 편은 외우고 있다고 할 정도로 아주 중요하고 상징적인 문화적 존재입니다.


봄의 정원으로 오세요.
꽃과 술과 촛불이 있어요.
그대가 안 오신다면,
이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그대가 오신다면,
또한 이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 루미


루미가 누구인지 이름이 낯설어도 아마 위 구절은 한번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것 같아요. 루미는 사랑과 인생에 대한 수많은 시들을 남겼는데, 재미있는 점은 루미가 36살이 되기 전까지는 한 번도 시를 써본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학자였던 루미는 샴스 타브리지와의 신비롭고 강렬한 만남을 계기로 시인으로 변모했거든요. 그리고 뮤지컬 <루미>는 바로 이 만남을 다루고 있습니다.


나딤 나만은 얼마 전, 라민 카림루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시리즈 The Hang에 출연해서 <루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라민 카림루는 <루미>에 샴스 역할로 출연했고, 나딤 나만은 루미 역할로 출연했죠. 이 팟캐스트에서 나딤이 극중에서의 루미와 샴스 캐릭터에 대해서 설명한 내용이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나딤이 이야기한 부분들을 요약해서 옮겨 보았습니다.


*나딤이 묘사하는 루미:

이 작품 속에서 다루고 있는 루미는 젊은 시절의 루미, 루미가 어떠한 시적, 철학적, 종교적, 영적인 아이콘이 되기 이전의 루미이다. 루미를 그린 그림들을 보면 늘 그의 인생 후반부의 모습, 은빛 수염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는 60-70대 정도의 노인으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이 뮤지컬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은 루미가 36살 때 일어난 일이다. 루미가 어떻게 그런 아이콘이 되었는지를 이 작품은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의 루미는 대단히 존경받는 인물이라는 점은 지금과 같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약간 고지식한 면이 있는 선생님이다. 코니아 지역 종교적인 커뮤니티의 리더이고, 책이 말하는 진리에 따라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랬던 루미는 뮤지컬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그런 책벌레 학자에서 예술가, 시인, 사색하는 사람으로 변화한다. 그는 책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며 진리를 구하게 된다.

나는 바로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 내가 연기하는 루미는 어떤 완성된 아이콘으로서의 루미가 아니라, 불완전하고 인간적이고 아직 성장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루미가 창조되는 과정을 이 작품은 다루고 있다.


*나딤이 묘사하는 샴스:

샴스는 변화시키는 자이다. 이 이야기에서 샴스의 역할은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뮤지컬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에게 샴스는 불을 붙인다. 샴스가 붙인 불꽃으로부터 이 캐릭터들의 여정이 시작된다.

우리 모두는 공식, 패턴, 일상에 매몰되어 있다. 샴스는 그것을 깨부수는 사람이다. '책은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라, 주변을 바라보아라, 너 자신을 들여다보아라,'라고 샴스는 말한다. 네가 찾고자 하는 모든 것은 이미 여기에 있다고, 그 사실을 네가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고. 샴스는 캐릭터들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시선을 돌려주는 사람이다.

나는 처음부터 라민을 샴스 역할로 원했고 그가 스케줄 문제로 참여하지 못하게 될까 봐 크게 걱정했다. 샴스 역할에 라민 외의 배우는 상상할 수 없다. 극중에서 루미는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고 앞으로 더 성장하게 될 사람인 데에 반해, 샴스는 상대적으로 이미 무언가를 이뤄낸 상태에서 다른 이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다. 라민은 나의 롤모델이고 내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와 라민의 관계가 마치 루미와 샴스의 관계처럼 느껴졌다.



뮤지컬의 창작진인 나딤과 다나 알 파르단은 작년에 가디언지와 했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통해 루미를 '인스타그램의 글귀들 속에서' 꺼내어 해방시키고, 어떤 아이콘이나 신비로운 성인의 모습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루미'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었어요. 나딤이 설명하는 두 주인공의 캐릭터성을 보니 그 제작 의도가 일관성 있게 잘 드러나네요.


하루빨리 뮤지컬 <루미>를 웨스트엔드 무대에서 정식으로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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