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 Jul 19. 2023

[D-166] 200일간의 글쓰기

200번째 글

나는 올해 1월 1일부터 매일 짧은 에세이를 한 편씩 쓰는 챌린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챌린지를 시작한 지 200일째 되는 날이다. 그래서 오늘은 중간 점검을 해보기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제까지 199편의 에세이를 쓰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되돌아보기 좋은 날.


우선 내가 이 챌린지를 시작한 이유는 '나 자신과 화해하기' 위해서였다. 나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조금 더 상냥해지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또 나 자신을 조금 덜 학대하고 조금 덜 미워하기 위해서. 작년의 나는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조금 더 정성 들여 돌보기로 결심했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매일 나에 대한 글을 하나씩 써 보면서 머릿속을 정리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러면 200일이 지난 지금, 나는 얼마나 나 자신과 화해했을까? 과연 내가 목표한 만큼의 화해를 이뤄냈을까?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 정도면 꽤 많이 왔다 싶기도 하고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더 나아졌다는 것이다. 1월 1일의 나보다 7월 19일의 내가 나 자신을 조금 더 용서했고, 조금 더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오늘의 나는 200일 전의 나보다 나 자신을 덜 미워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나와 어느 정도 화해하기까지 글쓰기가 정말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적어 보는 것, 글을 적기 위해 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 글이라는 형태로 정리해서 적기 위해 고민해 보는 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오늘까지 200번의 글쓰기는 나 자신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 내게 많은 위안을 준다.


그거면 됐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 길에서 어디까지 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제 서 있던 자리보다는 더 걸어왔다는 점이다. 단 한 발짝을 걸어왔을 뿐이더라도 괜찮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 그거 하나면 됐다고 생각한다. 어제보다 오늘의 내가 더 성장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내일의 나도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보다 더 괜찮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만 놓지 않는다면 나는 느리더라도 조금씩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1일째의 나보다 100일째의 내가 더 나아졌고, 100일째의 나보다 200일째의 내가 더 성숙해졌듯이, 300일째의 나는 또 다른 방향으로 성장해 있을 거라고 믿는다.



/

2023년 7월 19일,

소파에 기대서 TV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e from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D-167] 패배주의를 학습한 까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