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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Jul 22. 2023

[D-163] 바쁠수록 커지는 집착

203번째 글

지난 며칠간 정신없이 바쁜 날들을 보냈다. 여러 가지 일들이 겹친 탓이다. 그래서 지난 며칠 동안은 운동을 하러 헬스장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면 내 개인 시간을 거의 하나도 갖지 못했다. 새벽에 운동을 하고,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아침 일찍 출근을 해서 밤늦게 퇴근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갑작스레 닥친 바쁜 스케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그런데 나는 지난 며칠간 휴대폰 게임에 빠져 지냈다. 올해 초까지는 게임을 좀 하다가, 점점 안 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3일에 한 번 들어갈까 말까 했을 정도로 그 빈도가 줄어들었었는데, 지난 며칠간은 거의 집착적일 정도로 게임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휴대폰을 켜서 게임에 들어갔고, 자기 전에는 무조건 게임 내에서 주어지는 생명을 다 소진할 때까지 플레이를 했다. 출퇴근길에도 게임 삼매경이었고, 밥을 먹을 때도 일하면서 먹는 게 아닐 때는 게임을 켰다. 똑같은 블록 3개를 맞추는 이 아주 단순한 게임을 정말 열렬히도 했다.


그런데 바쁜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주말이 되자 마법처럼 게임에 흥미가 떨어졌다. 나는 오늘 한 번도 게임에 접속하지 않았다.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았다. 어제 아무 생각 없이 홀린 듯이 게임을 켰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나는 내가 왜 이렇게 게임을 집착적으로 하다가 갑자기 안 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다. 내가 개인 시간을 원했기 때문이다. 허겁지겁 바쁘게 지냈던 며칠 동안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고 나만의 시간을 갖지 못해서, 게임을 통해서라도 내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피곤한 눈을 비벼가면서까지, 강박적으로 게임을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이제 주말이 되어서 드디어 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니 더 이상은 게임을 할 필요가 없어진 거다. 이랬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바로 몇 달 전에도 그랬다. 그때도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똑같은 일을 또 반복하게 되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했던가. 내 경우도 딱 그렇다. 똑같은 상황, 똑같은 실수. 몇 번씩이나 반복하게 된다.


지금은 게임에 흥미를 잃어버렸지만, 다음에 또 이렇게 내 시간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게 되면 아마 나는 또다시 게임에 집착하게 될지 모른다. 또 똑같은 상황에 나를 몰아넣는 실수를 하고, 또 똑같이 집착과 강박에 억눌릴 것만 같다. 그런데 아직은 어떻게 해야 미리 예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부분을 내가 걱정하고 있다는 것과 다음에는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갖고 있다. 그래서 일단 여기에 글로 적어 둔다. 언젠가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오늘의 나는 이랬었다는 기록을 남겨 둔다.



/

2023년 7월 22일,

소파에 앉아서 음악 소리 들으며.



*커버: Image by Zac Ong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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