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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Aug 05. 2023

[D-149] 짤막짤막 집중력

217번째 글

세상엔 내 시선을 잡아끄는 것들이 너무 많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만 해도 그렇다. 나는 오늘 분명 4시 정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옆에 놓아둔 휴대폰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SNS를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휴대폰을 집어 들었고 한참 동안 인터넷 세계를 헤맸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려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이번엔 오늘 유산소운동을 평소보다 적게 했다는 게 떠올랐다. 그래서 나가서 사이클을 타고 돌아왔다. 그러고 나니 저녁 약속에 가야 할 시간이었다.


저녁을 먹고 돌아와서는 진득하게 앉아서 빨리 글을 쓰고 노트북을 덮으려고 했다. 그런데 TV 앞 소파에 자리를 잡은 게 실수였다. TV에서 하필 내가 전에 재밌게 본 영화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영화의 마지막 부분, 가장 하이라이트가 나오는 중이라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영화를 볼 수밖에 없었다. 영화가 끝나자 시간이 한참 흐른 뒤였고 아직 내 앞 노트북에는 글이 몇 줄밖에 쓰여 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러다가는 정말 글을 못 쓰겠다 싶어서 이번엔 진짜 각 잡고 글을 쓰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한 가지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오늘 저녁은 내가 평소에 보는 드라마가 방영되는 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또 한참 동안을 TV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앉아 있었다. 당연히 글은 쓰는 둥 마는 둥 했고. 결국 나는 드라마가 다 끝난 뒤에야 제대로 노트북 앞에 앉을 수 있었다. 나는 빈 화면을 바라보다가 내가 오늘 쓴 몇 줄을 모두 지웠고, 이 글을 쓰려고 앉기까지 내 집중을 방해한 것들에 대해서 써야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요즘 부쩍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다. 계속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올라서 집중이 깨지는 건 물론이고 이 생각에서 저 생각으로 왔다 갔다 하느라 생각조차도 진득하게 하지 못하는 상태다. 그래서 집중력이 짤막짤막하게만 유지된다. 계속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이 어렵다. 이 일을 하다가 저 일을 하다가, 그냥 생각나는 대로 중구난방으로 움직이고 있다. 아마 날씨 때문인 것 같다. 날씨가 워낙 덥고 습하다 보니 몸도 무겁고 텐션도 떨어져서 집중력이 떨어진 게 아닐까 싶다. 또 최근에 여러 번 잠을 설쳤어서 피로가 누적되다 보니 더 집중하기가 어려워진 것 같기도 하다.


집중력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처방으로는 일단 충분한 휴식이 있을 것이다. 피로가 좀 가시고 나면 지금보다는 좀 더 오랫동안 한 가지 일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집중력은 체력에 비례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날씨와 피로로 인해서 체력이 떨어지다 보니 집중력도 떨어진 게 아닐지. 그래서 오늘은 글을 마무리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 생각이다. 오늘 새벽에는 부디 몇 번씩 자꾸 깨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

2023년 8월 5일,

소파에 앉아서 TV를 흘깃거리며.



*커버: Image by Xavi Cabrera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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