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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Aug 07. 2023

[D-147] 당근과 채찍 전략

219번째 글

나는 내가 관리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조직이다. 적어도 나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나를 타자화해서 보아야 나 자신을 대할 때도 다른 사람들을 대하듯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팔이 안으로 굽지 않아야 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있다. 또 반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하듯이 나에게도 예의를 갖춰서 대할 수가 있다. 나를 너무 많이 괴롭히지 않고, 또 너무 많이 합리화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도 조직 관리와 비슷한 방식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당근과 채찍' 같은 방식. 사람을 다룰 때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상과 벌, 칭찬과 꾸지람, 격려와 질책을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조합으로 제공해야 사람을 원하는 방향으로 잘 이끌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아무도 당근을 몇 퍼센트, 채찍을 몇 퍼센트 써야 가장 효과적인지를 귀띔해 주지는 않았다. 아마 상황에 따라 써야 하는 당근의 양과 채찍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채찍을 많이 쓰고 가끔씩 당근을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들 한다. 계속 채찍에 맞다가 가끔 당근을 먹게 되면 그 당근이 너무나도 달콤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음 날 다시 채찍을 맞더라도 그 달콤한 당근 맛을 기억하며 견딜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근을 계속 받다가 한 번 채찍에 맞게 되면 그 고통이 크게 느껴지고 불만이 쌓이게 된다. 아예 채찍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매일 2개의 당근을 받다가 1개의 당근으로 줄이면 사람들은 불만을 품게 되지만, 1개의 당근만을 주다가 어느 날 갑자기 2개를 주면 사람들은 행복해한다. 그래서 '채찍 많이, 당근은 가끔만' 전략이 일반적으로 잘 먹힌다는 거다.


만약 나를 1인 조직으로 보고 '당근과 채찍' 이론을 적용해 보면, 이론적으로는 질책을 많이 하고 칭찬은 이따금씩만 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런데 내 경험상 내게 채찍은 그다지 잘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내게는 당근이 훨씬 더 잘 먹힌다. 나는 혼이 나거나 꾸중을 들을 때보다 칭찬을 들을 때 훨씬 더 힘이 나고 의욕이 생긴다. 꾸중을 들으면 속상해서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데, 칭찬을 들으면 더 잘하고 싶어 진다. 그래서 나를 다룰 때는 당근만 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아마 이건 내 디폴트 상태가 채찍질을 당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이미 내가 자책하고 나를 몰아세우고 나를 미워하면서 나 자신을 아주 많이 채찍질하고 있어서. 그래서 내게 채찍은 별로 효과가 없고, 당근을 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것이다. 내게는 당근만 주어야 그 '채찍 많이, 당근은 가끔만'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식적으로라도 나 자신에게 당근을 계속 줘야만 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해 봐야겠다. 내가 나를 더 많이 칭찬하고, 내게 더 너그러워지고, 내게 더 잘 대해 주어야 '나'라는 이 1인 조직이 잘 돌아갈 수 있을 것이므로.



/

2023년 8월 7일,

의자에 앉아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Louis Hansel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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