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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Aug 19. 2023

[D-135]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오면

231번째 글

서로 잘 맞는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면 좋은 점은 상대방의 말에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취향이나 관심사가 비슷하다면 일단 대화 주제부터가 흥미롭고, 그 주제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대화가 이루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그걸 좋아하는 이유에 상대방도 공감을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과 그 이유에도 내가 공감할 수 있고. 이런 공감은 대화를 부드럽게 이끌어 나가기 위해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꼭 관심사와 취향이 비슷하지 않더라도, 그래서 서로의 의견에 동의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대화가 꼭 엉망진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겹치고 공감하는 부분이 적더라도 충분히 대화를 부드럽게 지속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나 이 영화 진짜 재밌게 봤어!"라고 말을 했는데, 나는 그 영화를 정말 지루하고 재미없게 봤을 때. 어떤 사람은 이럴 때 "아 그래? 그거 재밌다고 하더라고! 개인적으로 내 취향은 아니었는데 왜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지는 알겠더라."라고 받아 준다. 이렇게 대답하면 어떤 점이 좋았는지, 왜 취향이 맞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서로 불쾌하지 않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이럴 때 "아 그래? 난 별로였는데. 난 그거 볼 때 너무 재미없어서 졸았어."라고 대답한다. 이런 대답이 돌아오면 말을 꺼낸 사람은 머쓱해진다. 대화도 거기서 끝나 버린다. 이제 다른 대화 주제를 찾지 않으면 더는 대화를 이어나가기 어려워진다.


물론 "이 영화 진짜 재밌게 봤어!"라고 말하는 목적이 그 영화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누고자 하는 것이라면, 부정적으로 반응해도 괜찮다. 오히려 이 경우에는 그런 솔직함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말을 하는 목적이 그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어색한 분위기를 깨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면, 부정적이고 직설적인 반응은 적절하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거의 모든 화제에 그런 부정적인 반응들을 보인다. 그런 화법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모든 것에 문제점을 찾아내고 지적할 만한 것을 찾아내고 싫어할 이유를 찾아내고 딴지를 거는 화법. 한두 번 정도라면 모를까 모든 화제마다 그렇게 부정적인 대답이 돌아오면 대화가 더는 즐겁지가 않아 진다. 너무 지쳐서 더는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아 지는 거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나를 가장 힘 빠지게 하는 것은 그런 부정적인 반응들이다. 매사에 내 의견에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나와 비슷한 취향과 생각을 갖고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솔직하게 대답하지 말고 내 비위를 맞춰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는 이런 배려 없는 부정적인 태도가 피곤하다. 대화의 목적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무조건 내세우면서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런 대화법을 계속 상대해 주기가 힘들다.


문득, 혹시 나도 이런 대화법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게 된다. 과연 나는 제대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내가 불평하는 것만큼 이런 부정적인 화법을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다른 사람들을 피곤하고 불쾌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나는 호불호가 확실한 편이고 내 관심사가 확고한 편이라, 자칫 잘못하다간 이런 대화법으로 흘러갈 위험이 있다. 그래서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나를 힘들게 만드는 것은 다른 사람도 힘들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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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19일,

소파에 앉아서 TV에서 흘러나오는 영화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Vadim Sadovski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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