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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Aug 22. 2023

[D-132] "132일 뒤에는 뭘 하지?"

234번째 글

어제 나는 "이다음엔 뭘 하지?"를 늘 고민한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아직 한 가지 일을 다 끝내지도 못했는데, 다음 할 일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내 성격에 대한 글이었다. 이 글은 요즘 내가 하고 있는 고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시작되었다. 나는 지금도 "이다음엔 뭘 하지?"를 고민 중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132일 뒤에는 뭘 하지?"를.


나는 올해 1월 1일부터, 1년 동안 매일 한 편씩 나에 대한 짧은 에세이를 쓰는 것을 목표로 챌린지를 시작했다. '화해 일기'라는 이름의 챌린지였다. 내가 나 자신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나 자신을 조금 덜 미워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나는 이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33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적었다. 그리고 132일이 지나 2023년이 끝나면 챌린지도 끝이 난다. 그러고 나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지는 않다. 나는 계속해서 뭔가를 쓰고 싶다. 나에 대한 것이든 아니든, 나를 위해 가만히 앉아서 빈 화면을 노려보는 경험을 하고 싶다. 그렇게 온전히 나 자신에게 에너지를 쏟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그게 내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고민을 하고 있다. "132일 뒤에는 뭘 하지?"라는 고민을. 다음엔 뭘 할지, 내년엔 어떤 글을 쓸지, 무슨 글을 쓰며 나만의 시간을 가질지 고민 중이다. 몇 가지 생각해 둔 것은 있다. 일단 나는 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고전 명작 영화들 중 보고 싶은 것이 많은데, 아직 시간을 내서 보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 고전 영화를 한 편씩 보고 감상을 적는 챌린지를 해 보고 싶다. 이건 아마 매일 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1~2주에 한 번 정도 하면 좋을 것 같다. 또 나는 연극이나 뮤지컬 등 공연을 자주 보는 편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공연들의 감상을 글로 남기고 싶기도 하다. 아니면 아예 내가 오랫동안 좋아했고 나름대로 잘 아는 분야인 뮤지컬 쪽으로 집중해서 뮤지컬을 한 편씩 분석하는 글을 써 보고 싶기도 하다. 또 나는 인터뷰 기사나 노래 가사를 번역하는 것도 좋아하니까 번역 챌린지를 해 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내게 영향을 준 노래들을 하나씩 소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마치 내가 미로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다. 수 갈래로 뻗은 길이 나를 둘러싸고 있어서 어떤 길로 가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것처럼. 미로에서는 모든 길이 나를 출구로 데려다줄 것 같지만 사실 대부분의 길은 막다른 길이다. 올바른 것 하나를 잘 골라야만 출구에 도착할 수가 있다. 그래서 고민이 된다. 과연 어떤 챌린지를 골라야 내년의 내가 후회하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을지가.


다행인 점은 내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 고민할 시간이 130일이 넘게 남아 있다. 아직은 길 하나를 택할 필요가 없이, 갈림길에 서서 두리번거리며 생각에 잠겨도 된다. 그러니까 조금 더 고민해 봐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최선의 선택을 하는 거다. 내가 내리는 선택은 언제나 최선의 선택이니까. 나중에 그 선택을 한 이유를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

2023년 8월 22일,

침대에 엎드려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커버: Image by Rayson Tan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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