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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Aug 26. 2023

[D-128] 예술은 나를 위한 것

238번째 글

내년에는 어떤 챌린지를 할지 정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하지만, 챌린지의 방향은 결정을 했다. 나는 내년 1월 1일부터는 '예술'을 할 것이다. 글을 쓰긴 쓰되 나에 대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감상하고 그것에 대한 글을 쓸 것이다.


올해 1월 1일, 나는 매일 하루에 한 편씩 나에 대한 짧은 에세이를 쓰는 챌린지를 시작했다. 글쓰기를 통해서 나 자신과 시간을 보내며 나를 조금 더 이해하고 내게 조금 더 상냥해지기 위해서, 그래서 결과적으로 나와 화해하기 위해서 시작한 챌린지였다. 나 자신과 화해하고 싶다는 이 모티브와 글쓰기를 통해 해 보겠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내년에도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다. 하지만 방식은 약간 바꿔 보고 싶다. 이제 128일 뒤에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시도한 화해의 첫 번째 단계는 나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었다. 나에 대한 글을 쓰면서 나를 들여다보는 일. 이 글쓰기를 통해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한번 세심히 살펴보고 싶었다. 늘 감추려 했던 내 모습과 숨기고 싶던 내 모습을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도록 꺼내 놓고 싶었다.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나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고백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어제까지 237편의 글을 통해 그렇게 했다. 그리고 나는 1월 1일의 나보다 훨씬 더 나아졌다. 이 글쓰기는 정말로 화해에 효과가 있었다.


내년에도 올해 했던 그대로 똑같이 지속할 수도 있고, 그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2단계에 돌입해도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화해의 1단계는 나에 '대한' 단계였다. 나에 대해 생각하고 나에 대한 글을 쓰고 나에 대해 세상에 드러내는 일. 이제 내년부터 시작할 화해의 2단계는 나를 '위한' 단계이다. 나를 위한 것이란 바로 예술이다. 나는 예술을 하고 싶다. 예술을 하면서 나와 화해하고 싶다.


손드하임의 뮤지컬 <일요일 공원에서 조지와 함께(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Work is what you do for others, liebchen. Art is what you do for yourself.
일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거야, 자기야. 예술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거고.

- <일요일 공원에서 조지와 함께>의 'The Day Off' 중에서.


극 중에서는 예술 활동은 음식을 차리거나 마차를 모는 것과는 달리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예술 활동 자체에 이기적인 면이 있다는 맥락으로 사용되는 가사지만,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예술은 다른 누구도 아닌 예술가를 만족시켜야 세상에 나갈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오로지 나를 위한 활동이라는 점도. 나에게는 지금 그런 자기중심적인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내년에는 예술을 해볼 예정이다.


거창하게 '예술'이라고 하긴 했지만 소설을 쓰겠다거나 극본을 쓰겠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여전히 에세이나 칼럼에 가까운 글을 쓰게 될 것 같다. 예술을 감상하는 행위도 예술이고, 예술 작품에 대해 쓰는 것도 예술이므로. 아직 어떤 주제의 글을 쓸지, 어떤 아이템을 고를지를 정하지는 못했다. 그건 차차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방향만큼은 확실히 정했다. 나는 내년부터는 나를 위해서 예술을 해 볼 것이다. 예술을 즐기고 예술에 대해 쓰면서 또 다른 예술을 만들어내 볼 것이다.



/

2023년 8월 26일,

식탁에 앉아서 TV 드라마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Stephanie Klepacki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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