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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Aug 30. 2023

[D-124] 나를 위한 테크닉

242번째 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원할 때마다 적재적소에 재능을 꺼내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나는 노래를 잘하거나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나는 음악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부러워한다.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즐거운데, 좋아하는 노래를 끝내주게 잘 불러내면 훨씬 더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싶을 때 그냥 입으로 부르기만 해도 된다면 일상은 20배쯤 더 흥미롭고 풍성할 것 같다.


사실 나도 노래를 못 들어줄 정도로 아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음치는 아니지만 사람들 앞에 나서서 노래를 하기엔 부끄러운 정도, 기본적인 음정만 맞추는 정도, 딱 그런 평범한 노래 실력을 갖고 있다. 한 곡을 끝까지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다룰 수 있는 악기도 없다. 어릴 때는 피아노를 배웠고 나중에는 기타나 다른 악기를 배워 보기는 했지만 모두 중간에 그만두었다. 악기를 배워 보려고 시도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악기를 배우는 과정은 그다지 재밌지가 않았다. 악기는 조금 연습한다고 해서 실력이 쉽게 늘지 않고, 많이 연습을 해야만 하는데, 나는 그 연습 단계가 너무나도 지루했다. 그런 연습 과정 없이 그냥 기타를 씹어 삼키면 실력이 늘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악기를 배우는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그냥 접어버렸다. 나 좋자고 하는 일이고 세상엔 다른 재미있는 일도 많은데 왜 굳이 재미없는 일을 해야만 하냐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건드려만 본 악기들이 많은데, 또 요즘 가슴속에서 슬그머니 충동이 올라온다. 그런데 이번엔 악기가 아니고 노래다. 보컬 학원에 한번 다녀볼까, 그런 생각을 요새 계속 하고 있다.


내가 보컬 학원에 다니고 싶은 이유는 노래를 잘하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말하는 테크닉을 익히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나는 내 말하는 목소리를 바꿔보고 싶다. 더 좋은 목소리, 내게 맞는 목소리를 찾아보고 싶다. 평소에 말할 때 내 목소리가 조금 더 또랑또랑하고 귀에 선명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발성을 바꿔보고 싶다. 그러면 회의에서 말을 할 때나 친구들, 동료들과 이야기를 할 때 한결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내 목소리는 소리가 시원하게 밖으로 뻗지 않고 조금 안으로 먹는 소리라서 사람들의 귓가에 잘 도달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을 바꾸고 싶다. 이 부분이 바뀐다면 말을 꺼내야 할 일이 있을 때 더 당당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감이 부족한 것은 심리적인 문제이다. 어떤 심리적인 문제들은 마음가짐을 바꾸면 해결된다. 자신감을 갖기로 마음을 먹으면 정말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가짐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약간의 테크닉이 더해지면 조금 더 수월하게 심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다. 테크닉은 상황에 맞는 옷을 입는 것과 비슷하다. 파티에 그냥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갔다고 해도 나만 당당하고 떳떳하다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지만, 적절한 옷차림이 더해진다면 그 옷을 입은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차오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옷은 내가 주눅 들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보컬 테크닉도 이런 적절한 옷차림처럼 내 자신감을 채워 주는 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런 테크닉적인 면에서 말할 때의 자신감을 키우려고 보컬 학원을 한번 다녀볼까 하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물론 한번 레슨에 가 보고 나서 도망쳐 나올 수도 있고, 처음엔 재밌었지만 금방 싫증이 날 수도 있고, 악기를 배울 때처럼 연습 과정이 지루해서 얼마 뒤 때려치우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한번 해볼까' 식으로 계획을 해 두었다가 결국 못 해본 것들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래서 약간 머쓱한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예 계획조차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계속 이렇게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해야만 언젠가 정말로 할 수 있을 테니까.



/

2023년 8월 30일,

버스에 앉아서 엔진이 덜덜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Ryk Naves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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