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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Sep 06. 2023

[D-117] 좋은 리더의 자질

249번째 글

좋은 리더는 동료들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발을 맞춰 함께 걷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올바른 목적지를 향해 동료들을 인도한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는 이런 모습이다. 지시를 내리고 결정을 내리지만, 그게 명령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것이 리더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다. 그리고 스스로의 성장과 더불어 동료들의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리더의 특징이다.


나는 이런 좋은 리더의 특징을 넷플릭스 드라마로 만들어진 <원피스>를 보면서 느꼈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에는 '루피'라는 좋은 리더가 등장한다. 루피는 대책 없이 해맑아 보이기도 하고, 지나치게 순진해 보이기도 하고, 철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또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가는 곳마다 동료들을 하나씩 영입하는데, 우연히 마주쳐서 합류하게 된 그 동료들이 하필이면 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람들과 우연히 만나서 우연히 얽히게 된 것은 루피의 운 덕분일지 몰라도, 그 사람들과 계속 함께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나 운 때문이 아니다. 동료들을 곁에 남게 한 것은 바로 루피의 자질과 매력 때문이다.


루피와 다른 동료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은 바로 '꿈'이다. 루피는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 열망은 너무 순수하고 당연해서, 보는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기도 한다. 가진 것도 해본 것도 없는 어린아이가(물론 초능력이 있긴 하다) 그저 꿈 하나를 이루겠다고 바다로 나와서 모험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루피가 얼마나 용감하고 꿈을 좇기를 두려워하지 않는지를 보여준다. 루피의 이런 태도는 동료들의 눈길을 끌고 동료들을 각성시킨다. 루피 자신이 꿈꾸는 사람이기 때문에, 루피는 자연스럽게 다른 동료들도 계속해서 꿈을 꿀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그리고 루피의 가장 훌륭한 자질 중 하나는 그가 절대 남을 비웃지 않고 경청한다는 점이다. 루피는 아무리 허무맹랑해 보이는 꿈이더라도 진지하게 들어준다.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콧방귀를 뀌었을지 모르는 말이어도, 루피는 결코 무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루피는 상대방에게 공감하고, 할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주며 격려해 준다. 또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루피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에서 동료들의 꿈도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준다. 루피와 함께한다면 그 어떤 이상한 모험이라도 해볼 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는 점을 루피는 동료들에게 납득시킨다. 그래서 단지 지나치면서 우연히 엮이게 된 관계였어도, 심지어 처음엔 적대적인 관계로 시작했어도, 이내 동료들은 하나같이 루피의 진정한 친구가 되고 동료가 되어 함께하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루피 자신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과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나는 루피를 보면서 <초한지>에 등장하는 한 고조 유방을 떠올렸다. 유방은 운 좋게도 소하, 하후영, 번쾌 같은 인재들과 한 동네에서 태어나 자랐다. 지나가던 길에 우연히 장량을 만나 인연을 맺었다. 소하가 한신을 천거했고 장량이 팽월과 영포를 포섭하자는 전략을 내놓았다. 이렇게만 보면 유방은 그냥 운이 좋아서 황제가 된 사람이라고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운만으로는 나라를 건국할 수 없다. 유방이 황제의 자리에 오른 것이 모두 그를 보좌한 인재들 덕분이라고 해도, 그 인재들을 모으고 곁에 있도록 한 것은 유방 개인의 능력 덕분이다. 바로 이 점이 항우와 유방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유방은 좋은 리더이고, 항우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유방은 승리했고 항우는 패배했다.


루피도 유방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흠결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룹의 리더로서 루피와 유방은 매력이 넘치는 인물들이다. 원작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원피스> 드라마를 봐서 그런지 이런 루피의 리더로서의 모습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난 지금, 애니메이션도 한번 보라는 친구의 꼬드김을 듣고 고민하면서, 좋은 리더의 자질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

2023년 9월 6일,

버스에 앉아서 라디오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Joshua Peacock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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