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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Sep 07. 2023

[D-116] 회사에서 스트레스 안 받는 법

250번째 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기란 어려운 일이다. 나 개인에 대한 일은 내가 알아서 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만, 회사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다 보니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우리 팀에는 4가지의 비공식적인 룰이 있다. 바로 '스트레스를 안 받는 법'에 대한 룰이다. 팀원들끼리 점심시간이나 티타임에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온 것들이 하나둘씩 쌓여서 4개가 되었는데, 나는 이 4가지가 건강한 회사 생활을 하기 위한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룰은 '개별화'이다. 팀원들 개개인을 각자 다른 특성을 가진 존재로 보겠다는 뜻도 있지만, 그보다는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나를 구분하겠다는 것에 가깝다. 그래서 지금 팀 상황이 좋지 않아도 너무 많이 영향을 받지 않고 내 할 일을 하자는 것이다. 회의에 들어갔을 때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을 감지하고 너무 많이 눈치를 보거나 바짝 긴장하면 내가 힘들어진다. 팀장님이나 임원들이 예민하고 날이 선 반응을 하는 것에 너무 몰입하면 나도 날카로워지고 짜증이 많아진다. 이럴 때 바로 개별화가 필요하다. 회의 분위기나 팀장님의 기분 같은 지금의 상황이 나와는 별개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 그냥 '지금 분위기가 안 좋구나.'만을 파악하고 적당히 눈치 있게 행동한 뒤, 그 상황이 끝나고 나면 흘려보낼 수가 있다. 나의 감정에는 영향을 받지 않은 채로 팀원들과 같이 커피를 마시고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가 있다. 나와 회사를, 나와 현재의 상황을 분리해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룰은 바로 '냉소 금지'이다. 냉소는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는다. 냉소는 일을 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모두의 힘이 쭉 빠지게 만든다.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냉소적으로 구는 것은 다르다. 냉소적인 태도는 오히려 부정적인 사고만 강화시키고, 결과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는 일을 방해한다. 냉소를 버리고 희망적, 긍정적, 낙관적 태도를 가져야 업무 효율도 올라가고 스트레스도 덜 받게 된다.


세 번째 룰은 '한숨 금지'이다. 이 룰은 단순히 한숨을 쉬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이건 뭔가 힘든 일이 있을 때 혼자 삭히면서 괴로워하지 말자는 뜻이다. 업무량이 과중하면 힘들다고 말을 하고 도움을 요청해야지, 혼자 한숨만 푹푹 쉬며 야근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팀 전체의 능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한숨 금지 룰에는 한숨이 나올 만큼 힘든 상황까지 나를 몰아붙이지 말자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한숨을 쉬는 이유는 뇌에 산소를 공급해서 피로나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니까 한숨이 나올 정도로 피로에 시달리거나 스트레스에 짓눌려서는 안 된다는 거다. 그렇게 되기 전에 미리 예방하자는 취지로 나온 게 이 세 번째 룰이다.


이 세 번째 룰에는 '에이씨 OK'라는 보너스 룰도 포함되어 있다. 한숨을 쉬는 건 안 되지만, "에이씨!" 하고 감정을 발산하는 건 괜찮다는 의미이다. 혼자 속에 쌓아두는 것보다는 감정을 발산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을 할 때 한숨을 쉬면 의욕이 떨어지지만 "에이씨!" 하고 한 마디 내뱉으면 오히려 더 악착같이 일을 하게 되기도 한다. 물론 이게 뒤에 '~발'이 붙어서 욕이 되면 안 된다. 허용되는 것은 '에이씨'까지다. 짜증이 나고 하기 싫은 일이어도 그냥 감탄사나 추임새처럼 한 마디 던지고 일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는 뜻이다.


마지막 네 번째 룰은 '인디펜던트 콘텐츠'를 갖고 있자는 것이다. 인디펜던트 콘텐츠란 회사와 무관하게 내가 개인적으로 즐길 수 있는 취미나 관심사를 의미한다. 만화책을 읽는다던지, 뜨개질을 한다던지, 테니스를 친다던지, 요리를 한다던지, 영화를 본다던지, 글을 쓴다던지 하는 것. 퇴근하고 집에 가면 할 수 있는 나만의 소소한 힐링. 아니면 투자나 블로그 운영처럼 회사 밖에서 추가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일들. 그런 것들을 갖고 있어야 일에 매몰되지 않게 되고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 일은 일이고 나는 나라는 태도가 스트레스 예방에 정말 중요하다. 직장이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인 건 맞지만, 직장과 나 자신을 너무 깊이 엮지 말고 그 밖에서도 생활을 꾸려 나가자는 것이 바로 이 마지막 룰의 취지다.


1. 개별화
2. 냉소 금지
3. 한숨 금지 (+ 에이씨 OK)
4. 인디펜던트 콘텐츠 갖기


이 네 가지 룰을 나와 팀원들은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결국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일을 하면서 내 삶을 갉아먹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오늘도 나는 최대한 이 룰들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

2023년 9월 7일,

버스에 앉아서 덜컹이는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kate.sade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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