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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Sep 08. 2023

[D-115] 떠나는 모험과 돌아오는 모험

251번째 글

어떤 이야기들은 꿈이나 자아를 찾기 위해 어디론가 멀리 떠나야만 한다고 이야기한다. 가만히 집에 앉아 있으면 안 된다고, 이곳은 너무 좁고 세상은 너무 넓으니 떠나야만 한다고 말이다. 이런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익숙한 것들을 놓아두고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서는 시선을 돌린 채로 앞을 향해 걸어 나간다. 그리고 떠나간 그곳에서 꿈을 이룬다. 그렇게 울타리를 넘어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런데 반대로 또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하는 이야기들도 있다. 무언가를 찾기 위해 집과 익숙함을 뒤로하고 떠났지만 결국 소중한 것은 내 곁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오는 이야기들. 멀리 나아가 모험을 했을 때에는 얻지 못했던 행복을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얻게 되는 이야기들. 행복은 결코 멀리에 있지 않았다고, 늘 주변에 있었지만 그것을 모른 채 방황하고 있을 뿐이었다고 말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이 두 가지 상반된 이야기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다.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면, 나는 떠나야만 하는 걸까? 아니면 내 주변을 둘러보며 만족해야 하는 걸까? 이 삶이 하나의 모험이라면, 나는 계속해서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나는 모험을 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떠나더라도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모험을 해야 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 두 가지가 결국 똑같은 모험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해결되는 것 같다. 떠나는 모험은 곧 돌아오는 모험이기도 하다. 돌아오는 모험 역시 또 하나의 떠나는 모험이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는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나를 믿고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언제나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이유는 그 소중한 사람들과 나의 소소한 일상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집'은 고향이라거나 부모님이 계신 집 같은 물리적 공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집이란 마음이 머무르는 곳이다. 그래서 집은 언제나 모험과 함께한다. 내가 어디로 떠나든 그곳이 나의 집이 되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상황들에서 기쁨과 행복, 안정감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결국 그곳이 집이 되는 것이다. 이건 그 사실을 언제 깨닫느냐의 문제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부터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은 집을 떠나는 여정과 동일해진다. 또한 같은 맥락으로, 꿈을 찾는 여정은 언제나 집을 찾아 헤매는 것과 같다. 그리고 동시에, 이 모든 여정에서 우리는 언제나 집에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결국 달팽이의 여정이다. 집을 짊어지고 다니는 달팽이의 모험. 나는 언제나 집과 함께 떠나갈 것이고, 나의 행복을 위해 떠나간 길 끝에는 결국 집이 있을 것이며, 그 길을 다 가지 못하고 중턱에 주저앉더라도 그곳에도 역시 집이 있을 것이다.



/

2023년 9월 8일,

창문 옆에 앉아서 바람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Marek Okon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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