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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Sep 10. 2023

[D-113] 행복을 의식하지 않기

253번째 글

얼마 전, 사회학을 전공하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지인을 만났다. 그 지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는 최근 이유 없는 울적함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백하면서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기 위해서 너무 많이 노력해야 한다."라고 내 상태를 털어놓았다. 그러자 지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요즘 사람들은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고. 본인이 행복한지 아닌지를 계속해서 곱씹느라 행복해도 즐기지를 못하는 것 같다고. 행복하지 않을 때는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너무 깊이 고민하고, 행복할 때는 정말로 행복해도 되는 것인지, 그럴 자격이 있는지를 고민하느라 내내 불행하다고.


그 말을 듣고 나는 내가 왜 요즘 울적한지를 깨달았다. 나는 내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괴로웠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고, 내게 호의적인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고, 내가 이렇게나 운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당연히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행복한 것이 나를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행복하게 살아야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행복한지 아닌지를 늘 점검했다.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위해서 애썼고, 내가 행복한 이유를 찾으려 애썼고, 내가 행복하다는 확신이 들어야만 안심했다.


하지만 이렇게 행복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태도가 나를 행복하지 않게 만들었다. 행복에 대한 강박이 나를 불행으로 이끌었다. 행복을 너무 많이 생각하다 보니 더 이상 행복하지 않게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행복한지 아닌지를 이렇게 내내 생각하고 있을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다.


내가 행복한지를 의식하지 않고 살아도 즐거운 일은 여전히 즐겁고 재밌는 일은 여전히 재밌다. 그것으로 된 게 아닐까 싶다. 그냥 즐거우면 즐거워하면 되고, 재밌으면 재밌어하면 된다. 그 순간을 누리면 된다. 그 순간에 내가 행복한지를 굳이 떠올릴 필요도 없고, 내가 행복할 자격이 있는지를 고민하며 괴로워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내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내 감정에 솔직하면 그만이다. 


그러니 인생을 즐기자! 내가 행복한지는 걱정 말고 즐기자! 최대한 삶의 모든 순간에 충실하게 살아가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번 주말을 흘려보내고 있다.



/

2023년 9월 10일,

소파에 앉아서 TV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Matheus Frade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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