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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Oct 19. 2023

[D-74]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

292번째 글

사람은 다른 사람을 욕할 때, 자기 자신에게 가장 타격이 큰 말로 욕을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똑똑하지 못하다는 콤플렉스가 있으면 '멍청하다'라고 상대방을 욕하고, 신체적으로 자신감이 없으면 '뚱뚱하다'라거나 '말라빠졌다'라는 식으로 상대방의 몸에 대한 욕을 하고, 겁이 많은 성격이면 상대방을 '겁쟁이'라고 몰아가며 비난한다고. 그 말이 자신에게 큰 상처로 남아 있는 것처럼 상대방에게도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상대방에게 욕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말인 것 같다.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약간 슬퍼지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에게 가장 상처 주는 말로 남을 욕하면, 그 욕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결국 자기 자신도 상처받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를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멍청하다'라고 말하는 순간 나 자신의 콤플렉스도 다시 자극받게 될 것 같다. 내가 욕을 할 때 그 욕을 가장 가까이에서 듣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기 때문에 욕을 해서는 안 된다던 말도 생각이 나고 말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상처가 되는 말로 욕을 하기 때문에 반대로 욕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다지 상처받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내가 나 자신을 똑똑하고 천재적이라고 생각하고 그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면, 누군가 나를 '멍청하다'라고 비난해도 그냥 웃어넘길 수 있게 된다. 그 욕에 진심으로 상처를 받는 사람은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는 사람뿐이다. 스스로가 멍청하지는 않은지 의심하고, 늘 똑똑해 보이려고 애쓰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자신을 멍청하다고 치부해 버리고 있는, 그런 사람만이 이 욕에 큰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더 단단해지고 더 여유로워지고 더 자신감이 넘치게 되어서 다른 사람이 나를 두고 뭐라고 하든 그냥 웃어넘기고 싶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깔깔 웃으면서 그냥 흘려보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정말 중요한 일에는 목소리를 내는 것을 참지 않되, 사소한 모욕이나 비난은 신경 쓰지 않고 넘길 수 있으면 좋겠다. 고무로 된 바닥은 돌을 던져도 튕겨내듯이 다른 사람의 말들이 나를 상처 입히지 못하도록 강인해지고 싶다.


다른 사람이 내게 상처를 주려고 공격하는 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건 그 사람의 문제다. 그 사람이 스스로의 약한 부분 때문에 나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고, 그 사람이 스스로 상처받을 만한 말들을 내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그 말들이 나에게 상처를 내고 지나가지 못하도록 나를 탄력 있는 고무처럼 만드는 일이다. 자신감을 갖고 나를 의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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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9일,
식탁 의자에 앉아 창 밖 소음들을 들으.



*커버: Image by Mary Rebecca Elliott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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