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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Oct 20. 2023

[D-73] 좋은 일들에 집중하기

293번째 글

날씨가 너무 좋은 날이면 가끔 울적해진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가벼운 산책을 했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았다. 이 밖에는 이렇게 햇빛이 좋고 바람도 좋은데, 이런 날에 회사에 앉아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싫었다. 마침 오늘은 한참 동안 엑셀을 세세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성가시고 소모적인 업무를 해야 했어서 더욱 일할 맛이 안 났다. 이런 날씨에 밖에서 거니는 게 아니라 들어가서 엑셀 화면이나 봐야 한다니! 딱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데 나는 냉소적이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었다. '냉소 금지'. 그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한 원칙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나는 이 부정적인 생각과 상황을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바꿔서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한참을 곰곰이 생각해서 내놓은 답은 이런 거였다. "하루 종일 엑셀을 들여다봐야 하지만 그래도 날씨라도 좋아서 다행이야." 그런 문장을 나는 생각해 냈다. 이건 뭔가 이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떻게 더 좋게 바꿀 수 있을지 더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때, 산책을 함께 하던 팀원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 "그래도 내일이면 주말이잖아요. 오늘만 일하면 쉰다는 생각을 하니까 기분이 좋아요." 그 말을 듣자 나는 긍정적인 생각은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냉소적인 마음과 부정적으로만 느껴지는 상황을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일들을 생각해 내야 했던 거였다. 이 내키지 않는 상황을 억지로 좋은 것으로 포장해 보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생각을 어떻게든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꿔 보려고 머리를 짜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다른 좋은 일에 집중하는 것. 늘 나쁜 일만 일어나는 건 아니니까 내게 일어난 다른 좋은 일을 놓고 기뻐하면 되는 거였다. 그런 일들을 생각하며 기분을 좋게 만들고, 하기 싫은 일들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얻으면 되는 거였다.


오늘 나는 정신없이 바쁜 금요일을 보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점심 식사와 잠깐의 산책을 제외하면 쉴 틈이 하나도 없었다. 너무 오랫동안 집중해서 앉아 있어서 무릎이 뻐근하고 다리가 저려 올 정도였다. 이 상황을 "그래도 이것보다 더 바쁠 수도 있었는데 이 정도면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아."라고 생각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안 받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그래도 오늘 저녁에는 맛있는 걸 먹을 거니까!"라거나 "이제 오늘만 잘 넘기면 내일은 주말이니까 쉴 수 있어!" 같은 생각들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에 더 효과적이었다. 내게 일어난 좋은 일, 그리고 내게 일어날 좋은 일에 집중하는 것. 어쩌면 그게 좋은 인생을 살아가는 비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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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0일,
지하철 의자에 앉아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



*커버: Image by Armon Arani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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