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 Oct 23. 2023

[D-70] 믿기지 않는다고 해서

296번째 글

이 세상에는 믿기 어려운 일들이 정말 많이 일어난다. 이 '믿기 어려운 일'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 종류는 거대한 일들이다. 주로 뉴스나 신문, 역사책에서 볼 수 있는 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나머지 한 종류는 개인적인 일들이다. 나 자신에게 일어나는 믿기지 않는 일들이 이 두 번째 종류에 해당한다.


믿기 어려운 일들의 첫 번째 종류에 해당하는 '거대한 일들'은 주로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전염병이나 전쟁이나 기후 위기나 사건사고 같은 일들 말이다. 이런 일들은 나 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치지만, 나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넓은 범위로 영향을 준다. 이런 일들을 나는 대체로 이해할 수 없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 이해하지 못해서 믿기지 않는 일들이 여기 포함된다. 이런 믿기지 않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는 반문한다. 왜 이런 나쁜 일들이 아직까지도 일어나는 걸까? 인류는 지난 수천 년의 역사를 살아오는 동안 아직도 배우지 못한 걸까? 정말로 우리는 서로를 배반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파괴하며 살아가는 법밖에는 알지 못하는 걸까? 그게 우리의 방식인 걸까? 그리고 나는 의심한다.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 게 맞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끔찍한 일들. 나는 그런 일들을 책이나 뉴스에서 많이 보았다.


하지만 믿기지 않는다고 해서 거짓말은 것은 아니다. 차마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서 그 일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지만, 그 일은 정말로 벌어졌던 일이거나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 '믿기 힘들어' 패닉 단계를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 단계를 벗어나야만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고 뭐라도 해볼 수 있고 이 건드리기도 무서운 거대한 나쁜 일을 조금이라도 덜 나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해 볼 수가 있다.


믿기 어려운 일들의 두 번째 종류에 해당하는 '개인적인 일들'은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이런 일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은 아니다. 이 경우엔 사건 자체는 어찌어찌 이해는 된다. 내가 여기서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은 '왜 나일까?'라는 거다. 왜 하필 나에게 그런 일들이 일어난 것인지 그 부분이 나는 의문스럽다. 그래서 나는 의심한다. 왜 하필 내게 이런 좋은 일들이 일어났을까? 나는 그럴 자격이 없는데. 또는 왜 하필 내게 이런 나쁜 일들이 일어났을까? 세상을 살아가는 이 수많은 사람들 중에 왜 내가 선택된 거지? 나는 이런 식으로 계속 사건에 담긴 의도를 의심한다. 나의 자격을 의심하고, 나의 위치를 의심하고, 나의 존재를 의심한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믿기지 않는다고 해서 거짓말인 것은 아니다. 차마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서 그 일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게 그 사건은 이미 벌어졌다. 나는 그 결과를 감당해야만 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간에. 그래서 이 때도 역시 '믿기 힘들어' 패닉 단계를 빠르게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어안이 벙벙한 단계를 지나서, 무엇이든 반응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일들은 덜 거대해서, 내가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변화를 주고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더더욱 이 '믿기 힘들어' 단계를 빨리 보낼 필요가 있다.


사건들은 일어났었고 일어나고 있고 일어날 것이다. 그 크기와 범위가 어떻든 간에, 수많은 사건들이 연쇄반응처럼 계속해서 밀어닥칠 것이다. 지금 내가 믿지 않는다고 해도 그 일은 내게 다가올 것이고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믿으려고 노력한다. 믿음과 수용을 통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 나는 노력하고 있다.



/
2023년 10월 23일,
버스에 앉아서 거센 바람 소리를 들으.



*커버: Image by Ant Rozetsky from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D-71]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