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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Nov 13. 2023

[D-49] 나에게 전하는 우주의 위로

317번째 글

어제의 에세이는 조금 우울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느낌, 나만 혼자 같은 궤도를 뱅뱅 돌고 있는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를 어제 했었다(글 보러가기). 혼자 가슴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글로 적고 나자 조금 위안이 되는 한편, 나를 위로해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제는 내 울적한 기분을 토해 놓았으니 오늘은 조금이라도 내게 위로를 전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틀에 박히고 입에 발린 위로나마 꺼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어제의 나를 위로해 주려고 한다. 그러니까 오늘의 글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궤도에 붙들려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 어제의 나에게 전하는 위로의 에세이다. 누군가 내게 어제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울한 마음을 털어놓으면 나는 과연 어떻게 위로해 줄 것인지, 그걸 고민하며 적어 보는 글이다.


"나만 뒤처지고, 나만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야." 누군가 내게 그런 말을 한다면 나는 아마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사람을 위로했을 것이다. 지구는 1670km/h의 속도로 자전을 하고, 29.76km/s의 속도로 공전을 하고 있다.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사실 우리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우주 공간을 달려 나가고 있다. 지금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 사실은 아주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울해하지 말고, 내가 멈추어 있다고 착각하지 말고, 이 속도에 몸을 싣고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같은 궤도를 돌고 있는 느낌도 마찬가지다. 우주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같은 궤도'란 존재하지 않는다. 달은 지구의 주위를 돌고, 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다. 그래서 달의 궤도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심지어 여기서 끝이 아니다. 태양계는 우리 은하의 중심을 따라서 돌고 있다. 그리고 우리 은하는 다른 은하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내가 지금 느끼지는 못하지만 정말 어마어마한 속도로 나는 이 우주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우주는 팽창하고 있기까지 하다. 이 팽창하는 우주에서 같은 자리에 가만히 있기란 불가능하다. 나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고 나아가고 있다. 내가 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 궤도는 아주 변화무쌍한 궤도인 거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우주 한가운데를 돌파하고 있는 궤도에 나는 올라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제의 나는 부디 우울해하지 말길. 울적한 기분에 잠겨 있다가도 이내 하늘을 보고 깨닫기를. 내가 결코 멈추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길. 어제의 나에게 그렇게 위로를 전해 본다.



/
2023년 11월 13일,
버스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



*커버: Image by Jeff Golenski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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