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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Nov 19. 2023

[D-43] 주말은 왜 끝나야 할까

323번째 글

주말이 몇 시간 뒤면 끝난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주말이 너무나도 짧았다. 달력을 펼쳐서 하나씩 따져 보면 어제가 토요일, 오늘이 일요일, 내일이 월요일이니까 몇 시간 뒤면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이 시작되는 것이 맞다. 그런데 그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주말을 헛되이 보내서 아쉬운 마음에 그런 느낌이 드는 것도 아니다. 어제와 오늘 이틀간 푹 쉬기도 했고 필요한 것들을 사러 쇼핑을 가기도 했고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과 점심을 함께하기도 했다. 헬스장에 가서 운동도 했고 미용실도 다녀왔다. 집에서 드라마도 보았다. 그런데 내가 이런 일들을 하고 나니까 주말이 다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다. 내일 하루쯤은 더 쉬는 날이 있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주말은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걸까?' 나는 매주 습관처럼 이 질문을 떠올린다. 그러고 나면 곧 이 질문도 뒤따른다. '주말은 왜 끝나야 하는 걸까?' 왜 매일매일이 토요일일 수는 없는지, 왜 내일 월요일이 시작되어야 하는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매주 억울해한다. 왜 좋은 날들은 이렇게 금방 끝나고야 마는지, 왜 좋은 것들은 금세 사라지고야 마는지, 대체 왜 그런 것들에 끝이 존재해야 하는지. 나는 그런 의문을 한숨과 함께 내뿜는다.


어쩌면 주말이 끝나야 하는 이유는 희망을 주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주말이 끝나는 것처럼 주중도 끝날 거라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 말이다. 이렇게 좋은 시간들도 끝이 있다면, 분명 더 나쁜 일이 일어나더라도 언젠가 그 끝은 있을 거라는 희망을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게 될 테니까. 좋은 일들이 모두 언젠가는 끝이 나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좋은 일들이 끝없이 이어진다면 언젠가 나쁜 일이 갑작스레 닥쳤을 때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다. 이 나쁜 일이 끝나리라는 확신이 없으니까. 하지만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 가며 일어난다면 나쁜 일이 생겼을 때 그것 또한 곧 끝이 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가 있다. 이미 좋은 일이 끝난 경험을 해 보았기 때문에. 나쁜 날이 찾아와서 좋은 날들이 끝이 나듯이, 이 나쁜 날이 끝나고 언젠가 좋은 날이 시작될 거라고 믿을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따지고 보면 주말이 좋은 이유는 주중이 주말만큼 좋지 않기 때문이다. 좋고 나쁜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주중이 있기 때문에 주말은 보다 행복한 시간이 된다. 물론 아쉽고, 물론 억울하고, 물론 한숨이 나오지만, 그래도 내일이 월요일이기 때문에 6일 후에는 다시 주말이 찾아오게 되는 거다. 그러니까 너무 아쉬워하거나 억울해하거나 한숨을 쉴 필요는 없다. 언젠가 이 또한 끝이 날 테니까.



/
2023년 11월 19일,
침대에 엎드려 여러 소음들을 들으.



*커버: Image by NORTHFOLK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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