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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Nov 18. 2023

[D-44] 소중한 시간이니까

322번째 글

나는 금요일 밤마다 잠들고 싶지 않은 기분에 빠져든다. 주말이 시작되는 이 소중한 금요일 밤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아서다. 딱히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는 정도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일을 하느라 놀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밤에 조금이라도 더 놀고 자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또 내일은 아침에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는 토요일이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늦게 자도 괜찮다는 안도감도 있어서 이런 마음을 더 부추긴다.


나는 그래서 토요일 아침이면 피곤한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일이 잦다. 어제도 나는 이대로 자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고, 소파에 누워 멍하니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양치를 해야 하는데, 세수를 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간간히 떠올리면서. 그러나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고 게으름을 부리면서. 몰려드는 졸음에 어쩌면 이러다 씻지도 않고 소파에서 잠들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이렇게 금요일 밤에 나를 혹사하고 늦게까지 깨어 있는 이유는 주말이 너무나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소중한 주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금요일 밤부터 최대한 주말을 즐기고 싶어서 잠들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어젯밤도 나는 그럴 작정이었다. 하지만 졸린 눈을 깜빡이며 핸드폰 화면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소중한 주말 아침을 피곤하게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오늘 밤 이렇게 하는 일 없이 늦게까지 깨어있으면 분명 나는 내일 아침 피로가 풀리지 않은 채 찌뿌둥한 몸으로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일 아침의 나는 분명 어젯밤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 소중한 주말, 토요일 아침을 피로나 후회와 함께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


"주말이야, 주말! 내일을 피곤하게 시작하지 말자! 소중한 주말에 후회는 하지 말자!"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양치를 했다. 그리고는 침대에 가서 누웠다. 씻기 전부터 졸음이 가득한 상태였기 때문에 나는 거의 눕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새벽에 한두 번씩 깨곤 하는 평상시와 달리 아침에 알람이 울릴 때까지 내리 잤다. 그 덕분에 오늘 아침은 피로하지도 않았고, 후회로 시작하지도 않았다. 소중한 시간이니까 소중히 쓰자, 낭비하지 말자, 그런 생각을 한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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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8일,
소파에 앉아 TV에서 나오는 영화 소리 들으.



*커버: Image by Jorge Moncayo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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