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번째 글
어제 회사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하다가 벌써 연말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회사 근처 식당가는 벌써 크리스마스 장식들로 가득했고 가게에서는 캐롤이 흘러나와서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났다. 올해는 유독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고 11월은 더더욱 빨리 흘러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각자 시간이 가장 빠르게 흐른다고 느꼈던 경험은 언제였는지로 자연스레 대화 주제가 옮겨갔다.
동료들의 대답은 각각 달랐지만 모두 다 공감할 만한 것들이었다. 아침에 잠깐 눈을 떴다가 10분 후에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눈을 잠깐 감았을 때. 분명 눈을 깜빡이기만 한 것 같은데 1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을 때 시간이 가장 빨리 흐르는 것 같다는 얘기가 있었다. 또 어떤 분은 수능 시험이나 논술 시험을 봤을 때, 5시간짜리 시험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어떤 분은 게임을 할 때라고 말씀하셨다. 분명 30분 전에 시작한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 보면 3시간씩 게임을 하게 된다고. 나는 재미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가장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말했다. 긴장감이 넘치고 흥미진진해서 화면에 빠져들 듯이 집중해서 볼 때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고 말이다.
각자 이야기한 대답들엔 모두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몰입'의 시간이었다는 점이다. 잠에 빠져들었을 때, 시험에 몰입했을 때, 게임이나 영화나 드라마에 몰입했을 때. 그런 몰입 상태에서 우리는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느낀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채로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집중력과 열정을 쏟을 수 있을 만한 대상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인 것 같다. 시간을 잊을 정도로 몰입해서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하는 것이 있다는 건.
내 인생에 그런 몰입하는 순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해야 되니까 하는 것이 아닌, 의무감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열정이 있고 할 의지가 있어서 푹 빠져들어서 하게 되는 일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런 몰입의 순간들이 많아질수록 나의 인생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스트레스를 더 적게 받게 되고 성취감과 재미는 더 많이 받게 되는 건 물론이고. 그렇게 시간을 잊을 만큼 사랑하는 순간들을 내 인생에 더 많이 만들고 싶다. 그렇게 내 삶의 매 순간순간에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