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번째 글
'두 번째 기회는 없다.' '지금이 유일한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없다.' '일생일대의 기회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기회의 성질이 원래 그렇다고, 지나간 기회는 다시 오지 않으며 그 기회를 놓치면 결코 다음 기회를 얻을 수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말들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다음 기회의 존재를 믿는다. 두 번째 기회는 존재한다고 믿고, 지금 이 기회를 놓쳐도 언젠가 다음 기회가 찾아오리라고 믿는다. 내가 믿지 않는 것은 오히려 '촉박한 기회'이다. 이 기회를 절대로 놓치면 안 된다고 말하며 내게 지금 당장 선택을 내리라고 보채거나 윽박지르는 그런 기회를 나는 믿지 않는다. 그런 기회는 오히려 사기이거나 현혹일 가능성이 높다. 삶은 '품절 임박'이라고 쓰여 있는 문구가 적힌 세일 상품이나 시시각각 숫자가 줄어드는 알람 초시계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지개는 단 한 번만 뜨지 않는다. 비가 온 다음에는 무지개가 뜨기 마련이다. 내가 이번에는 그 무지개를 보지 못했더라도, 다음번에 또 비가 오고 나면 언젠가는 무지개가 뜰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나는 무지개를 보지 못했어. 무지개가 떴던 건 내가 보지 못했던 그때뿐이었어. 그때 하늘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평생 무지개를 못 보고 산 거야." 그러면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혹시 무지개를 놓쳐버렸다는 사실에 너무 좌절해서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지는 않았는지. 창문에 두터운 커튼을 치고 밖을 내다보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았는지. 어차피 무지개는 이미 지나가 버렸으니 두 번 다시는 하늘을 바라보지 않겠노라고 결심했던 것은 아닌지. 다시 말해, 내가 이미 기회는 놓쳐버렸고 다음 기회는 없다고 단정지었기 때문에 두 번째 기회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어떤 기회는 잡기 위해 존재한다. 그 기회를 잡아서 다행이라고 느껴지는 기회들이 있다. 반면 어떤 기회들은 놓치기 위해 존재한다. 그때 그 기회를 놓쳐서 오히려 행운이었다, 그때 그 기회를 잡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회상을 내게 남겨주는 기회들. 나를 위해 닫히는 문들. 내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 또는 나를 더 좋은 문으로 이끌어주기 위해서 닫히는 문들이 분명 있다. 기회는 그런 식으로도 주어진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절망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며 다음 기회를 기다리면 언젠가 분명히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기회가 올 거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