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번째 글
나에게는 고치고 싶은 말버릇이 있다. 바로 "내가 그럴 거라고 했지?"와 같이 상대방을 나무라는 말버릇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제안이나 조언을 했는데 상대방이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 그래서 무언가 안 좋은 일이 벌어졌을 경우, 그리고 내 말대로 하는 것이 옳다고 밝혀졌을 경우, 나는 습관처럼 그렇게 말한다. "내가 그럴 거라고 했지?" 또는 "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잖아."
정말로 핀잔을 주듯 말하는 것은 아니다. 쏘아붙이는 것도 아니고, 진심으로 상대방을 탓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말버릇에 가깝다. 친한 사람에게만 하는 투정 같은 거다. 걱정과 애정을 담아서 하는 말. 그리고 소소한 상황에만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왼쪽으로 가면 지름길이었는데 상대방이 오른쪽 길로 가서 조금 돌아가야 하는 경우, 나는 습관처럼 "그러게 아까 왼쪽으로 가자니까."라고 말하게 된다. 피곤할 텐데 더 오래 걸어야 하는 상대방을 걱정하면서. 하지만 내가 어떤 의도를 담아서 말을 했건 간에, 저 말 자체에 나무라는 뉘앙스가 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그 부분이 꺼려진다. 내가 정답을 말했고 너는 틀렸다는 그 의미를 내포하는 말을 상대방에게 하고 싶지 않다.
또 이 말은 아무런 효과도 없기 때문에 더더욱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미 오른쪽 길을 택한 상황,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아까 왼쪽 길로 갔어야 했다고, 네가 내 말대로 했었어야 했다고 말하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 그 말은 어떤 것도 바꿔놓지 못한다. 위로를 주거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다음번에는 왼쪽 길로 가야겠다."라고 말하는 게 낫다. 그건 다음에 같은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사전 준비에 가까우니까. 하지만 "내가 아까 왼쪽으로 가자고 했잖아."라던가 "아까 왼쪽으로 갔었어야 했는데." 같은 말들은 전혀 나와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질 않는다. 나는 그런 말을 하는 데에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다.
게다가 이런 부정적인 말들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이 착해서 별 일 없이 넘어가서 그렇지, 사실 이 말들은 기본적으로 나무라는 것이기 때문에 들었을 때 기분이 나쁠 수 있는 말이다. 나는 내 말을 통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또 부정적인 말을 해서 나 자신의 기분을 가라앉게 만들고 싶지 않다.
내가 이 "내가 그럴 거라고 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에게는 내가 가장 친한 사이고 가장 눈치를 안 보는 사이이고 가장 막역한 사이이기 때문에. 나 스스로의 선택이 그다지 좋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을 때, 나는 스스로를 나무라며 "그러지 말었어야지." "그러면 안 될 거라고 했잖아."라고 나 자신에게 말하곤 한다. 그런 말을 통해서 나 자신을 탓하고 괴롭힌다. 그 말은 자책과 괴로움만 안겨줄 뿐,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말인데도 말이다.
다음번에 또 이런 나무라는 말을 나 자신에게 퍼붓고 싶어질 때면 대신에 이렇게 생각해 보려고 한다. '이번 실수를 통해서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어. 다음번에는 그러지 말자.'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 좋아, 이제 알았어.' '이번에 미리 실수해 봐서 다행이다. 다음에 같은 상황이 오면 그러지 않을 수 있겠지.' 이렇게 나를 괴롭히지도 않고, 실제로 내게 도움이 되기도 하는 방향으로 고쳐서 나 자신에게 말해 볼 생각이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나무람 대신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