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번째 글
최근 1~2주일간 나는 붕 떠 있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었다. 세상과 나의 거리가 먼 느낌이라고나 할까. 내 일상이 왠지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같고, 이 세상도 어쩐지 현실감이 없이 멀었다. 그렇게 거리감이 생겨버리니 자연스레 집중력도 떨어지고 산만해졌다. 지금 내 앞에 놓인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붕붕 떠 있는 상태였던 거다.
이렇게 내가 거리감을 느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나는 감기에 걸려서 몸이 아팠다. 그래서 뭔가에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감기 때문에 두통과 피로가 쌓이니 계속 나 자신에게만 초점을 맞추느라 주변 상황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붕 뜨게 된 거고. 또 연말이라는 시간적 상황도 한몫했다. 12월을 맞아 달력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어디에서나 캐럴이 울려 퍼지고, 길거리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들뜬 연말의 분위기가 내 마음도 들뜨게 만들었다. 또 연말이다 보니 사람을 만날 일이 많아서, 주말마다 바쁘게 약속을 다녔던 것도 나를 눈앞의 상황에 집중하지 못하게 했다. 또 지난달 말에 휴가도 며칠 다녀와서 일상의 루틴이 한번 깨졌던 것도 나를 붕 뜨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내게 붕 뜬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 이유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현재가 아닌 미래를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감기에 걸려 앓고 있으니 '감기가 다 나으면 이걸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연말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나는 '내년에는 이걸 해야지'라고 내년 계획을 세우기 바빴다. 또 약속이 많다 보니 '주말에는 이걸 해야지' 또는 '퇴근하면 이걸 해야지'라는 생각을 계속 떠올리게 되었다. 휴가를 보내면서 '휴가가 끝나면 이걸 해야지'와 '다음 휴가에는 이걸 해봐야지'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이런 생각들이 나쁜 건 전혀 아니다. 이렇게 미래를 바라보고 미래를 생각하는 일은 내게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 생각들이 여러 개 겹쳐서, 계속 미래의 일과 미래의 계획을 떠올리게 되는 건 약간 문제가 되었다. 그냥 계획을 짠다거나 주말을 기다린다거나 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런 것들을 거듭 생각하느라 오늘,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놓인 바로 그것에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업무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 효율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집중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닦달해 대느라 피로했던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이제 정신을 좀 차리려고 한다. 일상이 주객전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고개를 빼 들고 멀리 내다보는 것도 좋지만, 그러다 보면 바로 곁에 놓여 있던 보물상자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게 될 수도 있다. 심하면 발밑의 우물을 보지 못하고 빠져 버릴 수도 있고. 지금은 내 삶에 조금 더 집중할 시간인 것 같다. 내년 계획을 세우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그 계획을 세우느라 남은 올해를 이렇게 붕 뜬 채로 보내고 싶지는 않다는 의미에서다. 당장 내 앞에 놓인 것들, 지금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이 순간을 살펴보는 집중력을 되찾아야겠다. 나는 내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