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번째 글
어제는 수많은 관객들에게 환호를 받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유명한 가수였다. 나는 무대에 올라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관객들은 내게 열광하며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쳤다. 그렇게 대단한 열정을 느끼다가 잠에서 깨니 괜히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무대에 서서 환호를 받고 싶어 하는 욕망을 내가 무의식 속에 가지고 있었나 싶어서다. 나는 가수를 꿈꿔본 적도 없고 굳이 따지자면 무대 위보다는 아래에 있는 관객이 되고 싶어 하는 편인데, 때때로 이렇게 공연을 하는 꿈을 꾸곤 한다.
그렇게 '꿈'에 대해 생각하다가, 잠에 들어서 꾸는 꿈과 환상, 헛된 망상, 비현실적인 것들을 의미하는 꿈이 똑같이 '꿈'이라고 표현되는 것이 정말 직관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꿈에서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니까. 어젯밤처럼 내가 유명한 가수가 되는 건 현실에서는 벌어지지 않을 사건인데, 꿈에서는 마치 그것이 현실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벌어진다. 꿈은 상상과 마찬가지로 내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꿈속에서는 개연성이나 물리 법칙 같은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잠들어 꾸는 꿈에서 환상, 공상, 망상, 비현실 같은 의미가 파생된 것이라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목표하는 바나 실현하길 원하는 이상 같은 것도 '꿈'이라고 표현된다는 점이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로도 똑같다. 'Dream'은 침대에 누워 꾸는 꿈과 목표나 희망으로서의 꿈을 모두 의미한다. 이 부분은 이유를 알 것 같으면서도 또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잠을 자면서 꾸는 꿈과 우리가 현실 속에서 가지는 목표와 이상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의 목표가 잠들어 있을 때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이상한 일들처럼 허황된 꿈이라는 뜻을 담은 것일지도 모른다. 목표를 이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 현실에서 이뤄지기 어렵다는 뜻을 담아서 꿈이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아니면 너무 원하는 것이라서, 꿈에서도 나올 정도라는 의미를 담은 것일 수도 있다. 언제나 그 목표를 생각하다 보니 그 목표를 이루는 내용의 꿈을 꾼 사람이 많았던 거다. 그래서 같은 단어에 그런 두 가지 의미가 생겨난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우리가 원하는 바는 마치 꿈에서나 이뤄질 것처럼 멀고도 좋아서 그렇게 부르는 것일 수도 있다. 현실에서는 도무지 이뤄질 것 같지가 않고 꿈에서나 가능할 것처럼 보여서. 아니면 조금 더 부정적으로 해석해서 목표를 이루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 잠에서 깨면 꿈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언젠가 사라지고 깨어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슬픈 의미를 담고 있을 수도 있다.
꿈에 두 가지 의미가 담긴 데에는 분명 무언가 언어학적, 인류학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건 나중에 시간이 날 때 논문이나 책을 한번 찾아봐야겠다. 지금은 그냥 내 마음대로 희망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바로 우리의 목표를 이루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서, 이상에 도달하는 것은 정말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라서, 마치 허황된 꿈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원한다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고 정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그게 우리가 꿈을 꿈이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