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번째 글
나는 부지런한 사람들을 존경한다. 늘 부지런하고, 미루지 않고, 무엇인가를 늘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 특히 정말 존경스러운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부지런한 태도가 몸에 배어 있는 사람들이다. 특정 기간 동안 부지런할 수는 있고, 무언가 달성할 목표가 있으면 더 쉽게 부지런할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한 날, 평범한 일상 속에서 늘 부지런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일상적 부지런함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집에 돌아와서 바로 씻는 것이 있다. 집에 와서 소파에 드러눕거나 앉아서 쉬지 않고 곧바로 세면대 앞으로 가서 씻고 나올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또 옷을 벗어놓을 때 바닥에 널브러지게 놔두거나 대강 옆으로 치워놓는 게 아니라, 곧바로 개어 놓거나 옷걸이에 걸어 놓는 것도 대단한 부지런함이 필요한 일이다. 밥을 먹고 나면 그릇을 쌓아두는 게 아니라 바로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재활용 쓰레기를 제때 버리는 일이나 청소, 빨래를 밀리지 않고 제때 하는 것도 정말 부지런해야 가능한 일이다. 배달을 시켜서 먹지 않고 매 끼니마다 요리해 먹는 것도 정말 대단한 일이고.
이렇게 부지런한 건 성격의 문제이기도 하고 또 체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원체 타고난 성향부터가 뭔가를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그 뭔가를 하느라 부지런하다. 그리고 가끔씩 이런 성격을 타고났는데도 가만히 있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보통 체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뭔가 하고 싶지만 그걸 할 체력이 부족해서, 하루 할 일을 마치고 나면 침대에 누워 체력을 회복해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이 경우에 속한다. 나는 체력 부족으로 인한 게으름에 빠져 있다. 바쁘게 뭘 하고 싶긴 한데, 체력의 한계로 하지 못해서 답답하다. 요즘엔 점점 의지도 부족해지는 것 같고.
나는 부지런해지고 싶지만 의지도 부족하고 체력도 부족하다. 만사가 귀찮아서 그저 빨리 눕고 싶다. 그냥 늘 피곤하다. 일어나서 뭔가를 하고 싶지 않다. 체력을 끌어올리고 의지를 회복하면 해결될 일이지만, 그건 단기간에 해내기는 어려운 과제다.
그래서 나는 꼼수를 쓴다. 바로 나의 피곤함과 게으름을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나는 부지런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지런하기 위해서, 미래의 큰 귀찮음을 오늘의 작은 귀찮음으로 틀어막자는 생각을 한다. 예를 들어 지금 씻지 않으면 두 시간 후에는 정말로 졸음이 밀려와서 더더욱 귀찮은 상태에서 씻어야 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또는 오늘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 며칠 뒤에는 한 번에 가지고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많아져서, 두 번이나 왔다 갔다 해야 할 테니까 오늘 꼭 버려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덜 피곤할 수 있도록 궁리하는 게 지금 나를 부지런하게 만드는 데에 도움을 준다. 부지런함의 비결은 미루지 않고 지금 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