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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Dec 08. 2023

[D-24] 나를 위해 비교하는 법

342번째 글

몇십 년 전에 비해서 요즘은 정말 살기 좋아졌다고들 한다. 사회적, 정치적, 기술적으로 급격하게 발전했기 때문에 훨씬 더 편하고 질 좋은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몇십 년 전에 비해서 더 불행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인생과 내 인생을 비교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져서가 아닐까 싶다. 핸드폰을 집어 들어 SNS를 켜기만 하면 멋지고 화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수십 수백 명씩 볼 수 있으니까. 그 사람들과 비교해서 내 삶이 너무나도 초라해 보이고, 나만 혼자 뒤처지고 나만 혼자 잘못 살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서 불행해지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면 어떻게든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더 못하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그거대로 불행하고, 내가 더 낫다고 느껴진다면 안도감과 함께 오는 불안이나 오만함 때문에 불행하다. 그래서 나를 위해서는 남과의 비교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나는 나 자신과만 비교하면 된다. 과거의 나와 비교해서 지금의 나는 더 나아졌는가? 더 나아지고 있는가? 그 부분만 보면 된다. 그게 불행하지 않을 수 있는 비교 방법이다.


나는 예전보다 더 나아졌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에 '그렇다'라면 나는 잘하고 있는 거다. 반대로 그 답이 '아니다'라면 이제부터 열심히 하면 된다. 예전보다 나빠졌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고, 그걸 인정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아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데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걸 해냈다면 이제 더 나아지는 일만 남은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지금의 내 모습이 만들어지기까지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동시에 작용한다는 점이다. 지금 내가 좋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해서 그게 오직 나 자신의 잘못인 건 아닐 수도 있다.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정말 운이 나빠서 상황이 더 안 좋아진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내 인생이 예전보다 더 힘겹고, 예전의 내 모습보다 훨씬 못하다는 생각이, 발전은커녕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원인으로 오직 나만을 지목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의 순수한 의지와 노력만으로 무언가를 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의 지지부터 겹치고 또 겹치는 운까지 수많은 원인들이 있는데, 오로지 내 탓만 해서는 그 상황에서 잘 빠져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럴 땐 내가 이 나빠진 상황을 잘 견디고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상황이 나빠진 건 어쩔 수 없고, 그 상황을 잘 버텨내는 데에 노력을 쏟는 것이다. 나를 탓하거나 자괴감에 빠지지 말고, 그저 상황이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묵묵히 해 나가면 언젠가 과거를 뒤돌아봤을 때 전보다 더 나아진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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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8일,
식탁에 앉아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



*커버: Image by JP Desvigne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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