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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Dec 20. 2023

[D-12] 꿈 해몽은 내 마음대로

354번째 글

신발을 잃어버리는 꿈을 꾸었다. 그것도 아주 생생하게. 도서관 같은 곳에 친구들과 함께 갔다가 신발을 벗어 놓고 열람실로 들어갔는데, 나중에 신발을 찾아 신으려고 보니 한 짝이 온데간데없어서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다른 한 짝만 신은 채로 집으로 돌아오는 꿈이었다. 원래 나는 허무맹랑한 꿈을 자주 꾸는 편이라 굳이 해몽을 찾아보지는 않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의 꿈은 너무 생생하고 사실적이었어서 의미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몽 같은 걸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의미로 해석되는 거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그래서 나는 일어나자마자 침대에 누워 '신발 잃어버리는 꿈'을 검색하고 몇 가지를 클릭해 읽어보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후회했다. 신발을 잃어버리는 꿈은 대체로 안 좋은 의미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발은 내가 가지고 있던 무언가를 의미하고, 신발을 잃어버리는 것은 거기에 문제가 생긴다는 의미라고 한다. 직장인이라면 직장 생활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면 가족에게 문제가 생기게 된다는, 그런 의미를 가진 꿈이라고 했다. 그리고 잃어버린 장소가 공공장소라면, 사회적 체면이나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큰일이었다. 그건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데. 또 찾으려 했지만 찾지 못하게 되는 건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의 노력이 역부족이라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더 큰일이었다. 나는 노력의 힘을 어느 정도는 믿고, 그걸 원동력으로 뭔가를 해 나가는 사람인데.


아, 해몽을 찾아보지 말걸. 나는 검색창을 닫으며 후회했다. 그냥 꿈일 뿐인데,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리면 되는 거였는데, 괜히 해몽을 찾아봐서 이제 그 의미를 신경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해몽을 안 믿는다고 해도 일단 찾아본 이상 계속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나는 이 해몽을 찾아보았기 때문에 이제 내가 무언가를 잃어버리게 될 거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될 것이고, 느끼지 않아도 되었을 추가적인 불안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 꿈은 내가 평소에 어떤 불안을 가지고 있는지를 되짚어보라는 의미일 거라고 말이다. 내가 어떤 것들을 두려워하는지를 고민해 보고 미리 주의를 기울이고 조심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해 보자는 차원에서 꾼 꿈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만약 정말로 내게 무슨 문제가 생기게 된다면, 그 사실에 너무 놀라지 말고 침착하게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미리 예고를 해준 것이라고. 마치 일기예보처럼.


그리고 또 한 가지,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게 된다면, 나는 그때는 그냥 꿈의 탓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 흉흉한 꿈을 꾸어서 이렇게 된 거라고, 그렇게 꿈의 탓을 하라고 있는 해몽인지도 모른다. 너무 많이 내 탓을 하고 너무 많이 나를 나무라고 너무 많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그냥 '어쩐지 꿈자리가 사납더라니….'하고 생각하면서 나쁜 일을 훌훌 넘겨 버릴 수 있도록. 그러라고 있는 해몽이고 그러라고 일부러 찾아본 해몽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해석하고 싶다. 이 쪽이 언제 찾아올지 모를 불운 때문에 두려움에 떠는 것보다는 내 인생에 더 도움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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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0일,
식탁에 앉아 바람이 창을 때리는 소리를 들으.



*커버: Image by Jakob Owens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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