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독서 챌린지, 세 번째 책
<부러진 날개>는 내가 처음으로 접한 칼릴 지브란의 작품이다. 책이 아닌 뮤지컬로 처음 접했었고,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겨 원작을 읽어보게 되면서 지브란과 처음 만났다. (링크 참고)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부러진 날개>는 소설이라기보다는 극본의 형태로 읽힌다. 독백 형식으로 구성된 1인칭 시점의 자전적 소설이기 때문이라 더 그렇다. 보통 나는 이야기가 있는 책을 읽을 때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상상하며 읽는데, <부러진 날개>는 언제나 연극 무대를 상상하며 읽게 된다.
그래서 <부러진 날개>는 무대 작품으로 각색하기 아주 좋은 작품이다. 실제로 나는 작년부터 <부러진 날개>를 연극 극본으로 각색하는 작업을 취미 삼아서 하고 있다. 당연히 전념하지는 못하고 있고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구조를 잡고 방향을 정리해 보는 정도이다. 그래서 이 책도 여러 번 다시 읽었고, 대사를 고쳐 써 보기도 했었다. 이렇게 계속 붙잡고 있어서인지 이번에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 완전히 새롭게 다가온 부분들은 많지 않았다. 굳이 꼽자면 지브란의 캐릭터성 정도? 기존에는 셀마의 캐릭터성과 셀마와 지브란의 관계, 셀마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억압에 집중했다면, 이번에 다시 읽었을 때는 책 속에 등장하는 젊은 시절의 칼릴 지브란의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을 조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각색한 버전에서는 어떻게 이런 면모를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과 함께.
각색 작업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 보자면, 나는 <부러진 날개>가 아주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시대와 지역에 상관없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말이다. 원작소설은 20세기 초 레바논의 보수적인 기독교 사회를 배경으로, 여성으로서의 권리와 자유를 억압받고 원하지 않는 결혼을 강요받는 셀마 카라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셀마는 지브란과 사랑에 빠지지만 아버지의 재산을 노린 주교의 중매에 의해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 여성은 재산을 물려받을 수도 없고 사회에 진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사회적 권리가 주어지지 않고, 그 결과 여성은 스스로의 인생을 선택할 수 없고, 다른 남성들이 행하는 상품 거래의 일부로 결혼을 하게 되는 상황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느 나라, 어느 문화권에서나 비슷하게 나타났던 현상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을 확장하려고 했었다. 20세기 초 레바논의 '셀마'의 이야기와 함께 조선시대의 '인희', 그리스의 '에이레네', 콜롬비아의 '팔로마' 등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가 동시에 이어지는 식이다. 아직 이름과 시대/지역은 더 고민 중이지만, 이런 방향은 동일하게 유지될 것 같다. 셀마와 비슷한 인생을 살아간 여성들은 수많은 시대에 수많은 이름으로 존재했을 테니까.
<부러진 날개>를 읽는 동안 나는 뮤지컬 <부러진 날개(Broken Wings)>를 떠올렸다. 가끔은 뮤지컬의 컨셉 앨범을 틀어 두고 읽기도 했다. 지금 이 글도 컨셉 앨범을 들으며 적고 있다. 마침 가장 좋아하는 넘버인 'Spirit of the Earth'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중이다. 지브란의 소설을 바탕으로 나딤 나만&다나 알 파르단 듀오가 적은 가사를 들으며, <부러진 날개>의 연극 버전을 고민하고 있다.
*커버: Unsplash의 Luigi Boccar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