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독서 챌린지, 열세 번째 책
나에게는 서사가 필요하다. 뜬금없지만 <소셜 애니멀>을 읽으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책은 행복한 삶,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에리카와 해럴드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서 관계, 문화, 학습, 정서, 무의식 등 인생에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런 주제들에 대한 인상 깊은 내용이 많았지만,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책의 내용이 아니라 책이 쓰인 방식이었다. 가상의 두 캐릭터를 내세워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며 다양한 사회과학적/철학적/심리학적/뇌과학적 설명을 풀어내는 이 서술 방식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소셜 애니멀>을 나는 비문학 서적이라기보다는 소설처럼 받아들였다. 에리카와 해럴드라는 두 캐릭터의 삶을 다룬 소설 말이다. 심지어 나는 둘의 이야기에 울고 웃기까지 했다. 특히 에리카에게 많이 공감하고 이입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나는 서사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서사를 가진 것들, 스토리텔링이 있는 것들은 나를 몰입시키고 집중시킨다. 아마 어릴 때부터 내가 닥치는 대로 아무 글이나 읽고 온갖 상상에 빠져 살았던 이유가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동안 서사를 찾아 헤맸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다. <소셜 애니멀>이 아주 적절한 시기에 내게 찾아왔다는 점이다. 가끔 어떤 작품들은 내게 꼭 필요할 때 찾아온다. 완성도나 재미와는 별개로 나의 인생과 맞물려 적절한 시기에 찾아오는 작품들이 있다. <소셜 애니멀>이 그랬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던 시기에 '이 책은 이렇게 살아보면 어때?'라는 제안서처럼 다가왔다. 제안서의 내용은 '함께'라는 단 두 글자로 요약할 수 있다. 누군가와 함께, 가족이나 친구, 이웃처럼 누군가와 함께 관계를 이루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두 가지를 떠오르게 한다. 하나는 영화 <플로우>이다. 나는 책을 읽는 도중에 이 영화를 보았고, <소셜 애니멀>과 동일한 제안서라고 느꼈다. 이 영화를 관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내용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안전하지만 외롭게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 관계를 맺고 서로 이해하려 노력하며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이 영화는 내게 물었다. 나는 <플로우>를 통해 괴로운 삶을 견디기 위해서는 관계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손드하임의 뮤지컬 <컴퍼니>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The Ladies Who Lunch'라는 노래를 책을 읽으면서 많이 떠올렸다. 나는 가사에 나오는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관계를 맺는 것이 두렵고 귀찮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그냥 구경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고. 어떤 결과를 낳든 간에 일단 그 인생을 직접 살아 볼 용기를 내야겠다고 나는 느꼈다.
나에게는 목표가 한 가지 있다. 바로 고독사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죽을 때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애정과 헌신 속에서 세상을 떠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외롭게 혼자 지내며 서서히 죽어가다가 내가 죽었다는 것마저도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나는 노력한다. 나는 혼자 남지 않기 위해 애쓴다.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커버: Unsplash의 Jeremy Bi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