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2025년 독서 챌린지, 열다섯 번째 책

by 슬로

질투가 난다. 테드 창의 단편들을 읽고 나면 늘 드는 생각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런 방식으로 글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대체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길래 이런 글을 써낼 수 있는 걸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질투가 나고 부럽기도 하다. 나는 죽어도 이런 글을 써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좌절감이 들기도 한다. 물론 나는 직업 작가도 아니고 어딘가에 글을 연재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취미로 메모장에 여러 이야기들을 끄적이는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런 천재들이 정말 부럽기는 하다.


좋은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전에 어떤 결론을 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으니까 기억이 안 나는 것일 테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덮은 이후, 이 고민에 대한 답을 한 가지 찾게 되었다. 바로 좋은 글을 쓰는 작가는 좋은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좋은 작가는 단순히 보는 게 아니라 관찰하고, 단순히 이해하는 게 아니라 연결한다. 그래서 일상에서 영감을 흘려보내지 않고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질 좋은 관찰과 질 좋은 통찰로부터 좋은 글이 나오는 게 아닐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형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글을 만드는 데에 얼마나 중요한지도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으며 새삼 깨달았다. 같은 이야기여도 어떤 형식으로 전개하느냐에 따라서 독자에게 완전히 다르게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테드 창은 효과적인 이야기 전달을 위한 완벽한 틀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고 느껴진다. 예를 들어 책에 수록된 단편 중 '바빌론의 탑'은 탑의 생태계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탑을 처음 올라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서술되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흥미진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두 가지 시간대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맞물리는 형식 자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영으로 나누면'이 그 형식으로 쓰이지 않았다면,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가 다큐멘터리 같은 형식이 아니었다면 그 이야기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형식이 주는 재미를 거듭 느꼈기 때문일까? 나는 책을 읽는 동안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요즘 구상하고 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각본으로 써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옴표로 적힌 책의 활자보다는 인물들이 서로 주고받는 대사를 통해서 전달될 때 더 인상 깊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테드 창도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때 어떤 형식과 구조가 필요한지를 깨닫고 정하는 과정을 거쳤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또 부러워졌다. 그의 머릿속을 훔쳐보고 싶었다.


좋은 책을 만나면 빠르게 읽고 싶은 마음과 최대한 마지막까지 아껴두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테드 창의 단편들도 그랬다.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빨리 페이지를 넘겨버리고 싶었던 동시에 다 읽기가 아까워서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망설여지기도 했다. 테드 창의 두 번째 단편집인 <숨>도 조만간 읽어볼 예정인데 아마 그때도 똑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그래서 <숨>을 집어들기까지는 마음의 준비가 좀 필요할 것 같다. 우선 다른 책을 몇 권 읽은 뒤에 <숨>을 건드려 보려고 한다.




*커버: Unsplash의 Taylor Van R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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