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독서 챌린지, 열여섯 번째 책
<살아있는 것들의 물리학>이 무엇에 대한 책인지를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쉽게 대답할 수 있다. 이 책은 생물물리학에 대한 책이다. 생물물리학이라는 생소한 학문 분야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어떤 연구들을 하는 학문인지를 이 책은 설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것들의 물리학>이 누구를 위한 책인지를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조금 애매해진다. 이 책의 독자층이 누구라고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달에 읽은 <눈먼 시계공> 같은 경우는 진화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대중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쓴 대중과학서였다. 예전에 읽은 <과학혁명의 구조>는 독자들이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전제 하에 주장을 펴는,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읽기에 적합한 논문에 가까운 책이었다. 그런데 <살아있는 것들의 물리학>은 누가 읽을 것을 고려하고 쓴 책인지가 뚜렷하지 않다. 대중과학서라기엔 너무 세부적인 내용들을 다루고 있고, 관련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아 보인다. 반면 전공자들을 위해 쓴 책이라기엔 분야에 대한 너무 보편적인 설명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책이 아니라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읽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위키피디아의 '생물물리학' 페이지에서 1. 개요 2. 정의 3. 역사 4. 주요 연구 분야... 이런 식으로 나열된 목차를 하나씩 읽어 내려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 책이 뭔가를 주장하기 위해서 쓴 책이 아니라 정말로 생물물리학이라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것이 목적인 책이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굳이 독자층을 정해 보자면 생물물리학에 관심이 있어서 진로를 정하기 전에 전반적인 설명을 읽고 싶어 하는 이공계 대학생이나 대학원생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무슨 책을 읽을지 고를 때에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런 기준들은 아주 명확하고 객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어떤 '느낌'에 가깝다. 이런 책을 읽고 싶어, 정도의 감각이 내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테드 창의 단편집을 제외하면 연달아서 비문학 서적을 읽었는데, 감정적으로 이입하거나 서사에 몰입하지 않고 조금 떨어져서 읽을 수 있는 책을 원했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들은 자주 바뀐다. 단순히 기분이나 날씨 탓에 바뀌기도 하고, 그날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나 직전에 읽은 책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그리고 <살아있는 것들의 물리학>까지 읽은 이후, 나는 이제 내가 다시 소설을 읽을 준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그래서 다음 책으로는 소설을 골라 들게 될 것 같다(실제로도 그렇게 되었다).
*커버: Unsplash의 Ousa Ch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