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휴먼 네트워크 - 매슈 O. 잭슨

2025년 독서 챌린지, 열아홉 번째 책

by 슬로

개인적으로 비문학 책들을 두 종류로 나누고 있다. 쉽게 읽히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 쉽게 읽히는 책은 또 세 가지 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내가 이미 잘 알고 있어서 고개를 끄덕이며 페이지를 빠르게 넘길 수 있는 책이다. 두 번째는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나 주제에 대한 것이라 아주 집중하면서 읽을 수 있어서 쉽게 읽히는 책이다. 세 번째는 글을 흥미롭고 매끄럽게 잘 써서 페이지를 술술 넘길 수 있는 책이다. 이 세 가지 종류의 책들은 언제나 정확하게 딱 나뉘는 건 아니다. 때로는 여러 종류에 모두 해당하는 책들도 있고, 어느 분류에 넣어야 할지 애매한 책들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내가 속도를 내서 읽은 책은 이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는 편이다.


<휴먼 네트워크: 무리 짓고 분열하는 인간관계의 모든 것>은 쉽게 읽히는 책이다. 그리고 저 세 가지 분류 중에서는 두 번째와 세 번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예전부터 복잡계 이론이라든지 네트워크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링크>나 <버스트> 같은 A. L. 바라바시의 책들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고, 네트워크 관련 연구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이 분야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흥미는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휴먼 네트워크> 자체가 아주 재미있게 쓰인 책이기도 하다. 자칫 잘못하면 어려워질 수도 있었을 이론들을 우리의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여러 가지 예시들을 들어서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고 흥미를 잃지 않게 해 준다.


그런데 재미와는 별개로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약간의 슬픔을 느꼈다. 특히 동종 선호와 관련된 챕터에서 그랬다. 우리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더 자주 만나게 되고 더 좋아하게 된다. 공감대가 생기기도 쉽고 더 편하고 더 재밌으니까. 하지만 이런 동종 선호가 네트워크의 분열을 만들고 결국 불평등을 만들게 된다는 점.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하는 생각과 행동들이 필연적으로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들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슬프면서도 막막하게 다가왔다.


물론, 이 책은 그런 막막함으로 끝맺지 않는다. 동종 선호를 비롯해 우리가 형성하는 네트워크는 동전의 양면처럼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네트워크에 의해서 생기는 좋은 측면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나쁜 측면을 해결해 나가려면 먼저 네트워크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휴먼 네트워크>는 바로 그런 목적으로 쓰인 책이라고 느껴졌다. 네트워크를 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의식하도록 만들어서 우리 삶에 끼치는 악영향을 해결하고자 하는 책이라고 말이다.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우리는 늘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고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내가 내리는 결정은 나 자신만의 것이 아니다. 나의 결정, 나의 선택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관여한다. 이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인식이 많이 바뀔 것 같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은 많은 걸 변화시키니까.




*커버: Unsplash의 Aperture Vin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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