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양자역학이란 무엇인가 - 마이클 워커

2025년 독서 챌린지, 스물세 번째 책

by 슬로

<양자역학이란 무엇인가>는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근처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우연히 만난 책이다. 처음 내 눈길을 끈 것은 책의 온통 새파란 표지였다. 대학생 시절 양자역학 전공수업을 들었을 때 교과서였던 그리피스의 <Introduction to Quantum Mechanics>를 떠올리게 하는 똑같이 새파란 표지였다. 참고로 이 교과서는 앞표지에는 살아있는 고양이, 뒤표지에는 죽은 고양이를 그려놓은('슈뢰딩거의 고양이') 조금 그로테스크한 유머 감각을 지니고 있는 책이었다. 거기에 비하면 파란색 배경에 중력장을 형상화한 것인지 오비탈을 형상화한 것인지 모를 작은 별 그림이 그려진 <양자역학이란 무엇인가>는 나름대로 깔끔하고 예쁜 편이었다.


두 번째로 내 눈길을 끈 것은 책 뒤표지에 적힌 소개 문구였다.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구미가 당기는 문구였다. 분명 학부 때 관련 분야를 전공했고 양자역학 수업도 여러 학기 동안 들었는데, 아직도 양자역학에 대해서 내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늘 했기 때문이다. 물론 수업을 들을 때에도 양자역학을 내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파인만도 양자역학을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었으니까. 그래도 어쨌거나 나에게 양자역학은 늘 아쉬움과 미련으로 남아 있는 분야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양자역학을 얼마나 완벽하게 이해시키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서.


하지만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았다. 파인만의 말은 아직도 유효한 것 같다. 양자역학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애초에 이 책은 그다지 쉽게 쓰인 책도 아니다. 책 소개에서는 분명 양자역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쓴 대중 과학서라고 되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전혀 아니라고 느꼈다. 서문의 첫 문장이 '우리는 양자세계에 살고 있다'라고 시작한다는 것부터가 문제다. 정말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양자'나 '양자화', '양자 세계' '양자적' 같은 용어를 설명 없이 무턱대고 사용하면 안 되는 게 아닐지. 이건 어쩌면 한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과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범하는 오류일지도 모른다. 가끔 과학자들은 자신이 아는 걸 남들도 당연히 알 거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자신에게는 상식 수준의 지식이라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양자역학이란 무엇인가>은 정말로 일반 대중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기보다는 물리나 화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양자역학에 대해 잘 정리된 내용을 읽어보고 싶을 때 보기 좋은 책인 것 같다.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이 있어야 이해가 될 만한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초반에 양자역학이 발전해 온 역사를 설명하는 부분은 괜찮았는데, 관련 지식들을 차례로 나열하는 후반부가 특히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큰 수확이 하나 있기는 했다. 전공수업을 들을 때 나는 파동성이 왜 확률로 연결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게 연결된다는 사실도 제대로 캐치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양자역학의 역사를 차례로 짚어 나가면서 그 연관성을 잘 설명해 주어서 드디어 약간 감이라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또 최대한 수학을 배제하고 설명하려고 노력한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수학이 물리학을 공부할 때 가장 큰 장벽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 책은 수학 기호나 공식 없이 양자역학을 설명하기 위해서 아주 공을 들이고 있다고 느껴졌다.


<양자역학이란 무엇인가>를 다 읽고 나서 나는 양자의 'ㅇ'자도 모르는 사람도 읽을 수 있는 쉽고 대중적인 양자역학 책은 정말 없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검색을 해 보다가 재밌어 보이는 네 권의 책을 발견했다. <우리집 강아지에게 양자역학 가르치기>, <세상에서 가장 쉬운 양자역학 수업>, <시인을 위한 양자물리학>, 그리고 <이게 다 양자역학 때문이야!>라는 책들이다. 조만간 기회가 되는 대로 이 책들도 하나씩 읽어 보려고 한다. 과연 이 책들은 정말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쓰였을지, 아니면 이 책들 역시 과학자들이 범하는 '이 정도는 다들 알겠지?' 오류를 범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커버: Unsplash의 Stephen 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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