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챌린지 기록 #9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부쩍 자주 하게 되는 요즘이다. 내 능력을 벗어나는 일들, 내가 설정한 안전지대에서 나가야 하는 일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는 일들이 하나둘씩 더 생기고 있다. 오랫동안 열심히 회피해 왔던 것들을 결국 마주하고야 말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점점 더 내가 무거워지고 삶이 버거워진다. 이런 기분이 들 때면 도망치고 싶다. 그럴 때 내게 도움이 되어 주는 것이 바로 독서다. 책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의 도피이자 피난처였다. 집중해서 활자를 읽어 내려가며 이야기 속에 빠져들 때면 나를 괴롭게 만드는 것들을 잊을 수 있다. 독서를 통해 방 안에 가만히 앉아서도 도망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한다. 9월, 내가 매일 도망치며 읽은 문장들 중 하나를 골라 아래에 기록해 둔다.
*커버: Unsplash의 Mathew Schwartz
9월 1일
데미안 - 헤르만 헤세
사람들이 서로에게로 도피하고 있어. 서로가 두렵기 때문이야. (중략) 그런데 그들은 왜 불안한 걸까?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한 거야. 그들은 한번도 자신을 안 적이 없기 때문에 불안한 거야.
9월 2일
데미안 - 헤르만 헤세
"오려고 하는 것은 갑자기 와 있을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알 필요 있는 것은 겪게 되겠지요."
9월 3일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나는 이 책에서 우리를 분열시키는 것보다 하나로 묶는 것이 더 많으며, 사회는 기본적으로 선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자 한다.
9월 4일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함께 뭉쳐서 사회를 만드는 능력은 똑바로 서서 걷는 능력과 마찬가지로 우리 종의 진정한 생물학 특징이다. (중략) 우리가 지구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은 두뇌나 근력 때문이 아니라 이 능력 때문이다.
9월 5일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우리 조상들이 만든 사회 체제는 자연선택을 가하는 힘이 되었다. 그리고 일단 우리 종이 사회생활을 하는 길로 나아가기 시작하자 피드백 고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9월 6일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내가 다른 쪽으로 결정 내리고 싶어 했을지는 모르겠다. 그 결정 자체는 괜찮았다. 다만 그 결정에 나도 참여하고 싶었다.'
9월 7일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이는 엔트로피를 이해하는 고전적인 방식과 일치한다. 뭔가가 작동하는 방식보다 고장 나는 방식이 더 다양하고, 자연은 질서 있는 상태보다 무질서한 상태가 더 많고, 사회 조직은 잘 돌아가는 형태보다 잘 돌아가지 않는 형태가 더 많다.
9월 8일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나는 우리가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애착을 느끼는 종이 되어가는 장기 전환 과정의 중간에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9월 9일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그러나 변이가 존재한다고 해서 우리 종에게 어떤 핵심 성향이 전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과학자인 우리는 나누는 일 못지않게 묶는 일도 한다. 즉 변이를 찾는 일을 할 뿐 아니라 공통점을 찾는 일도 한다. 우리 인간의 청사진은 우리 현실의 완성본이 아니라 초안이다.
9월 10일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토머스 제퍼슨은 존 애덤스에게 보낸 1813년 10월 28일자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예전에는 귀족들이 육체적 힘을 자랑했죠. 그러나 화약이 발명되어 강자뿐 아니라 약자 또한 치명적인 총기로 무장하면서 육체적 힘은 미모, 유머 감각, 예의 같은 덕목과 마찬가지로 우열을 가르는 부차 사항에 불과해졌어요."
9월 11일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사회적 연결의 욕구는 종을 뛰어넘어 친구를 만들 수 있을 만치 강하다.
9월 12일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아울러 나는 진저 로저스의 생애를 떠올린다. 그녀는 프레디 아스테어와 모든 춤을 똑같이 추었다. 뒤편에서 하이힐을 신은 채로 했다는 점만 달랐다.
9월 13일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코끼리와 돌고래조차 친구를 사귈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이 서로 대단히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은 더욱더 분명해진다.
9월 14일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우리는 친구가 과거에 우리를 위해 뭔가를 했거나 미래에 우리에게 뭔가를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 아니라, 친구가 도움이 필요하기에 반응한다. 게다가 진정한 우정은 서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상호 부조나 유용성)가 아니라, 서로를 어떻게 느끼는지(상호 호의나 끈끈한 정)에 토대를 둔다.
9월 15일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우리는 단순히 소 떼처럼 미분화한 집단으로 살아가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우리는 연결망 속에서 알고, 사랑하고, 좋아하게 된 이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도록 진화했다.
9월 16일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당신과 동일한 것에 가치를 두는 사람은 지역 세계를 당신에게 이로운 형태로 변화시키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이런 사람은 세계를 자신에게 적합하도록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데 이에 따른 부수적인 결과로 당신에게도 혜택이 돌아온다. (중략) 우리가 선택한 친구가 우리의 생존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
9월 17일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과거에 이타주의와 민족중심주의가 둘 다 출현할 조건이 성숙했는데(바로 다음 말이 중요하다) 둘 다 존재할 때만 출현했다. 즉 둘은 서로가 필요했다. (중략) 남에게 다정하려면 먼저 "우리"와 "그들"을 구별해야 하는 듯하다.
9월 18일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교육은 교사에게 비용을 부담시키지만 반드시 혜택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교육은 사실상 이타주의의 한 형태다. 이 모두는 마지막 기적을 낳는다. 바로 문화 능력이다.
9월 19일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유전자는 인간이 물리 세계를 특정한 방식으로 변화시키게 만드는 암호를 지니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유전자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위해 만드는 사회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환경을 주위 사람들이 더 살 만한 곳 또는 덜 살 만한 곳으로 만든다. 게다가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유전자에 영향받는다. 우리는 유전자들의 바다에 살며, 남들의 유전자가 우리 자신의 유전자보다 우리 운명에 더욱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9월 20일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그러나 다양한 문화를 빚어내는 능력(문화를 형성하는 타고난 성향)은 그 자체로 우리 종의 중요한 속성이다. 우리가 진화를 통해 사회적 상호작용, 협력, 학습의 성향을 지니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은 문화가 낳은 산물이 아니라 이 문화 형성 능력 자체다.
9월 21일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복잡한 문화 지식을 유지하려면 규모가 크고 상호 연결된 사상가와 혁신가의 집합이 필요하다. 우리 안에 새겨져 있는 청사진은 문화 진화의 토대다. (중략) 문화는 좋은 사회를 만드는 우리의 진화한 능력에 토대를 두는 한편으로 이 능력을 강화한다.
9월 22일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우리 진화 역사의 궤적은 길다. 그러나 이 궤적은 "좋음(선함)"을 향해 휘어져 있다.
9월 23일
붉은 웃음 - 레오니트 안드레예프
우리는 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찻주전자 주위에 서서 오랫동안 침묵하고 있었다.
9월 24일
붉은 웃음 - 레오니트 안드레예프
거리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저편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모든 것이 편안해 보였다. 불빛 때문에 노란빛을 띤 밤 구름이 느릿느릿 편안하게 움직였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꿈이고 어떤 전쟁도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늘과 도시의 편안함에 기만당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9월 25일
루미 평전: 나는 바람, 그대는 불 - 안네마리 쉼멜
그 녀석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겠다. 그 녀석을 다시는 보지 않겠다. 그 녀석이 나의 장례식에 오지 못하게 하겠다.
9월 26일
루미 평전: 나는 바람, 그대는 불 - 안네마리 쉼멜
온 도시가 갑자기 야생 올리브 향기로 채워지고 신록으로 뒤덮일 즈음, 콘야에서 봄날을 하루라도 체험해본 사람이라면, 루미의 시가 여느 페르시아 시인이 진부하게 묘사한 봄의 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9월 27일
루미 평전: 나는 바람, 그대는 불 - 안네마리 쉼멜
오감은 깊은 속뜻을 담는 그릇과 같다. 물이 너무 많으면 약한 그릇은 깨질 수도 있다. 때문에 현자는 자기가 듣는 만큼만 말해야 한다. 루미도 연륜이 쌓이면서 그렇게 되었다.
9월 28일
루미 평전: 나는 바람, 그대는 불 - 안네마리 쉼멜
나는 숨은 보화이지만 알려지기를 바랐다. 그래서 이 세계를 창조하였다.
9월 29일
루미 평전: 나는 바람, 그대는 불 - 안네마리 쉼멜
비-존재의 사막은 그리움에 의해 채워진다.
9월 30일
루미 평전: 나는 바람, 그대는 불 - 안네마리 쉼멜
어떤 사람이 또 다른 선에 대하여 이야기하면, 이 선은 다시 그에게로 향할 것이다. 그는 집 주위에 꽃과 향기로운 약초를 심는 사람과 같다. 바깥을 내다볼 때마다 그는 꽃과 향기로운 약초를 본다. (중략) 이처럼 밤낮 없이 꽃과 화원과 풀밭을 볼 수 있는데, 어찌하여 그대는 뱀과 가시덤불 한가운데에서 배회하는가? 꽃과 정원 속에서 살고 싶거든 모든 사람을 사랑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