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블루프린트 -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2025년 독서 챌린지, 스물다섯 번째 책

by 슬로

나는 네트워크 과학자들이 쓴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단지 네트워크 과학에 관심이 있어서만은 아니다. 내가 이 분야의 대중 서적들을 즐겨 읽는 이유는 그 책들이 내게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책들만 그럴 수도 있지만, 대체로 네트워크 과학을 기반으로 한 대중 사회과학서들은 특유의 낙관성을 갖고 있다고 느껴진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근거 있는 희망을 전달한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세상에 너무 많은 나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지치고 피로감이 들 때, 냉소주의가 내게 손을 흔들 때, 그럴 때 네트워크 과학 책들은 좋은 치료제가 되어 준다. 내게는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힐링 에세이' 같은 것보다 이런 책들이 인류애를 회복하는 데에 더 즉효약인 것 같다. 특히 <블루프린트>는 처음부터 '우리를 분열시키는 것보다 하나로 묶는 것이 더 많으며, 사회는 기본적으로 선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자 한다'는 목적을 이야기하며 시작하는 책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 있던 9월 초의 나에게 딱 알맞은 선택이었다.


<블루프린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접근 중 하나는 네트워크 과학과 진화학, 유전생물학 등을 통해 우리 인간이라는 종을 분석하려고 하는 시도였다. 우리에게는 기본적으로 사회를 형성하고 상호작용하는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본성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 본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구성된 사회는 우리의 주변 환경을 형성한다. 우리의 주변 환경은 다시 우리 자신의 생존 및 진화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우리의 본성은 세대를 거듭하며 강화되고 우리가 사랑, 우정, 협력, 다정함 등을 지니게끔 한다. 그 결과 우리는 더 선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고 앞으로도 더 그렇게 진화해 나갈 것이다. 이 일련의 흐름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저 통계 자료나 관찰 자료 같은 내용을 읽는데도 뭉클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다만 한 가지 장벽이 있다면 이 책이 7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않았어도 내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했을 것이다. 나야 어차피 데일리 독서 챌린지를 하고 있어서 책이 두껍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지만 700페이지나 되는 비문학 도서를 읽으라고 선뜻 추천해 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 하지만 두께에 비해 아주 쉽게 술술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책이고 글 자체를 흥미진진하게 잘 쓴 책이라서 관심이 있으면 한 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커버: Unsplash의 ray r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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