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독서 챌린지, 스물아홉 번째 책
모든 책은 그 책이 쓰인 시대적 배경을 떼어놓고는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문학뿐 아니라 비문학 도서도 마찬가지이다. 동일한 분야를 다루고 있어도 시대가 다르다면 내용이나 관점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1950년대에 쓰인 유전공학 관련 서적과 2010년에 쓰인 유전공학 관련 서적은 분명 서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다. 같은 실험을 해도 시대가 달라지고 학문이 발전하면서 결과와 해석 방향이 다를 수도 있을 거고.
그런 관점에서 유리 그니지와 존 리스트의 책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를 읽으며 궁금했던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이 책에서 설명하는 현장실험들을 지금 다시 실시해도 과연 비슷한 결과가 나올까?'라는 의문이었다. 이 책은 2014년에 처음 출판되었다. 지금은 2025년이므로 십 년도 더 넘게 시간이 흘렀다. 그러는 사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많이 변했고 아마 우리의 기본적인 인식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니까. 게다가 현장실험은 정확한 답을 도출하는 수학 방정식 같은 게 아니다. 사회가 달라지면 현장실험의 결과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러면 그때와는 다른 인사이트를 도출해 낼 수도 있지 않을까?
2010년대 초반의 우리 사회가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막연하게 지금은 그때보다 집단 간의 갈등이 더 심해졌다는 인상을 받고 있기는 하다.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도 더 많아졌지만 동시에 노골적인 혐오와 이기주의도 훨씬 더 심해진 것 같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훨씬 더 여유가 부족해지고 관용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도 있다.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에는 차별과 관련된 현장실험이 여럿 등장한다. 그 실험들을 지금 다시 해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했다. 어떤 것들은 지금 다시 실험하면 이론이 뒤집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책에서 다루는 통계적 차별(경제적 차별)과 관련해서도 생각이 많아졌다. 통계적 차별은 특정 집단에 대한 통계적 사실과 선입관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그 '사실'에는 훨씬 더 복잡한 맥락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 본 다큐멘터리 <미국 수정헌법 제 13조>는 왜 감옥에 흑인 인구가 많은지를 설명하며, 흑인을 범죄자로 만들고 감옥으로 내모는 미국 사회 구조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상황에서 '흑인의 범죄율이 높다'는 통계적 사실을 바탕으로 차별을 정당화하려는 것이 얼마나 '악랄한' 일인지. 통계적 차별이 단순히 특정 집단에 대해 갖는 악의보다 더 악랄할 수도 있다는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의 내용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사회는 끊임없이 변하고,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는 동기도 아마 사회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할 것이다. 2014년의 실험 결과는 2025년의 실험 결과와 얼마나 다를 것인지. 또 10년이 더 지난 후 2035년에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부디 좋은 쪽으로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커버: Unsplash의 Vinicius "amnx" Amano